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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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에 퍼졌던 불안감이 서서히 걷혀가고 있다. 달러 조달비용이 내려가는 것은 물론 한국 부도위험 지표도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실물경제 충격이 상당한 데다 경상수지 적자 우려가 깊어지는 등 금융시장을 다시 뒤흔들 변수도 적잖다. 시장을 잠식한 불안이 빠르게 수그러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4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3개월 만기 원·달러 스와프레이트는 이달 11일 -0.55%로 지난 3월 말 -1.42%와 비교해 0.87%포인트 상승했다. 원·달러 스와프레이트는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릴 때 제공하는 금리다. 이 지수가 플러스(+)면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받을 때 이자를 받는다는 이야기고 마이너스(-)면 달러가 귀해 이자를 지급한다는 의미다. 아직 마이너스 상태가 유지되고 있지만 스와프레이트가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달러 조달 여건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국가 부도위험도 급락했다.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지난달 평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5bp(1bp=0.01%포인트)로 지난 3월 평균(43bp)와 비교해 8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2월 평균(26)과 2019년 평균(31)보다는 높지만 2018년 평균(44)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외평채 CDS 프리미엄이 낮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국 외평채의 부도 가능성을 그만큼 낮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국내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내은행 8곳의 단기 외화차입 가산금리도 지난달 평균 46bp로 전달 67bp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주식·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채권을 15억달러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는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 확산되기 직전인 지난 1월(44억3000만달러 순매수) 후 석 달 만이다. 주식은 43억2000만달러 순매도했지만 채권은 58억2000만달러 순매수했다. 지난달 채권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5월(60억4000만달러) 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사들인 것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튼튼하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프랑스 아부다비 영국과 같은 'Aa2'로 평가했다. 피치는 한국 신용등급을 'AA-'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AA'로 보고 있다. 신용도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채권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달 11일 기준 연 1.47%로 미국(연 0.71%), 일본(연 0.01%) 독일(연 -0.51%) 영국(연 0.27%)보다 높다. 외국인이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 10년 만기 국고채에 1년 동안 투자할 때 단순계산으로 1.47%인 금리에 스와프레이트를 얹을 경우 2%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외환시장이 안정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변수는 경상수지(무역수지+서비스수지+소득수지) 적자다. 지난 4월 경상수지는 물론 무역수지(상품수출-상품수입)가 동시에 적자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5월 1~10일 동안 무역수지도 26억3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충격에 국제수지가 나빠질 우려가 높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수출주도 경제'인 한국의 대표 펀더멘털(기초체력) 지표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를 주로 본다. 대외무역으로 달러를 벌지 못하면 한국 대기업 실적이 급감하고 외환보유액 등 주요 외화건전성 지표도 나빠진다.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2분기들어 수출 감소 추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수출이 급감하면서 제조업체가 타격을 받고 설비투자를 비롯한 총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