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난달 동네 슈퍼마켓에서 담배 13보루를 구입했다. 하루 한 갑씩 피운다고 해도 130일 피울 수 있는 양이다. 담뱃값 58만5000원은 경기도와 과천시에서 나눠 준 재난지원금 60만원으로 해결했다. 그는 “예전보다 외부 활동은 줄어든 반면 담배 피우는 양은 늘었다”며 “대형마트에선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어 동네 슈퍼마켓에 부탁해 한꺼번에 담배를 사뒀다”고 말했다.

코로나 지원금의 역설…대형마트 사용 막자, 동네슈퍼 담배 판매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담배 소비가 다시 늘고 있다. 지난 3월 담배 판매량은 2억8740만 갑. 지난 2월 2억4230만 갑에 비해선 18.6% 늘었고 지난해 3월 2억5520만 갑에 비해선 12.6% 증가했다. 3월 기준으로 2016년 3억170만 갑 이후 매년 담배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현상이다.

담배 소비가 늘어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불황형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담배는 술과 함께 불황기에 판매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고 유통업계는 전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1분기 가정용 맥주 판매량이 10.8%, 소주는 6.7%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정부가 2400억원을 들여 지역사랑상품권 할인율을 5% 안팎에서 10%로 높이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4월부터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한 것도 담배 판매량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할인율이 높아지면 이를 통한 결제가 증가한다. 지난 3월 지역사랑상품권 판매액은 720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월평균 판매액(2651억원)의 세 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온라인 쇼핑과 대형마트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 쓰라는 취지다. 문제는 동네 슈퍼마켓의 물건값이 대체로 대형마트보다 비싸다는 데 있다. 값이 똑같은 것은 담배 외엔 찾기 힘들다.

울산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B씨는 “회사에서 지역사랑상품권 20만원을 받았는데 동네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샀다”고 했다.

일각에선 올 상반기 담배 판매가 특이하게 높은 증가율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도 곧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흡연자들이 동네 슈퍼마켓에서 전액 담배를 사더라도 슈퍼마켓 주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담배를 사면 자신의 돈으로 다른 소비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긴급재난지원금은 내수 진작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