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둠(파멸)'으로 불리는 대표적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2020년대 후반 '더 큰 대공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28일 올린 기고문에서 향후 세계 경제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U자형 불황을 거친 다음 200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1929~1939년 대공황보다 더 깊은 '대대공황'으로 빠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10여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들이 단기 처방만을 내놓으면서 구조적 문제를 키웠다며 '대대공황' 발생 근거로 부채 증가, 선진국 고령화 등 10가지 나쁜 추세를 제시했다.

루비니 교수가 꼽은 첫 악재는 ①부채 증가와 대규모 파산이다. 그는 "많은 국가의 공공 부채가 이미 높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이상의 재정적자 증가가 뒤따를 것이며 민간 영역의 부채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것이 대량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루비니 교수는 또 ②선진국 고령화 때문에 의료 시스템에 대한 공공 투자가 더 늘어나야 하며, 이는 재정적자를 가중시킨다고 예상했다. 이어 경기침체, 재고 증가, 대량 실업 등이 물가 하락과 투자 부진을 낳고 이것이 다시 경기를 더욱 침체시키는 ③디플레이션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④통화(유동성) 급증도 문제로 봤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점점 더 무리한 통화정책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촉발한 반(反)세계화와 신(新)보호주의 때문에 공급은 줄어드는 가운데 시중 자금이 너무 많이 풀린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 주체들이 겪을 ⑤디지털 격차도 악재로 봤다. 루비니 교수는 "선진국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겪은 공급망 충격을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저비용 지역에서 고비용 자국 시장으로 리쇼어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국 고용을 늘리기보다는 자동화를 가속화할 것이며, 이는 이미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상황에서 근로자 임금을 하락시켜 갈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⑥반세계화와 ⑦반(反)민주주의도 위험 요소로 지저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반목이 더욱 확대되는 가운데 다수 국가가 자국 기업과 고용을 지키기 위해 보호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포퓰리즘을 내세운 정치 지도자들은 대량 실업과 불평등 속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루비니 교수는 ⑧미국과 중국의 대립도 경기 침체를 부추길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중국 책임을 부각시키는 시도에 맞서 시진핑 체제는 이를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한 음모라고 강조할 것"이라며 무역과 기술, 투자터 등에서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이는 미국과 중국을 각각 중심으로 하는 ⑨새로운 냉전 구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는 러시아와 이란, 북한이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사이버 전쟁이 먼저 급증할 것이며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리스크는 ⑩환경 파괴다. 루비니 교수는 "코로나19 위기에서 보듯 환경 문제는 금융 위기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염병은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만든 재난"이라며 "감염병과 기후변화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폐해가 앞으로 더 빈번해지고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2030년대가 되면 발전된 기술과 경쟁력있는 정치 리더십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전에 대대공황을 이겨낼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