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활한 국채 발행을 위해 ‘국고채 전문 딜러(PD)’의 국채 인수 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따른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시장에서 채권이 잘 소화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기획재정부는 ‘국고채권의 발행 및 국고채 전문딜러 운영에 관한 규정(기재부 고시)’ 개정안을 27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기재부는 우선 PD 실적 평가 때 ‘인수 의무’ 점수를 36점(100점 만점)에서 38점으로 높인다. 대신 국고채를 인수한 뒤 시장에서 거래하는 부분의 평가 점수를 2점 낮췄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장 거래 이전에 국고채 인수에 좀 더 신경 써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거래 실적 평가에 대한 부담을 완화했다. 거래 실적 평가 때 만점 기준을 PD사 평균 거래량의 150%에서 120%로 조정했다.

채권 시장은 잇단 국채 추가 발행 소식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국고채 금리가 단적인 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6일 연 1.411%이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4일 연 1.546%까지 뛰었다.

정부는 지난달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국채 10조30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로 했다. 2차 추경으로도 3조6000억원 규모의 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는 상태다. 6월 초에 발표될 3차 추경에선 30조원의 국채 발행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렇게 채권 공급이 갑자기 늘면 국고채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회사채 등 다른 채권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최악의 경우 대규모 국고채 낙찰 실패 사태가 날 수도 있다. 정부가 국고채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PD의 시장 참여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은 이유다. 기재부는 지난달에도 PD사의 국고채 비경쟁인수 물량·기간 확대 등 인센티브를 내놓았다. 비경쟁인수는 경매 방식이 기본인 국채 시장에서 PD사가 기존에 낙찰받은 금리와 똑같은 조건으로 국채를 추가 구매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시장에선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의 역할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국고채를 매입하지 않으면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연 1.65~1.7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