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판매사들, 부실펀드 처리할 '배드뱅크' 논의(종합)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판매사들이 부실 펀드를 처리하기 위한 이른바 '배드뱅크' 설립 논의를 시작했다.

20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 등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19곳의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회의를 열어 배드뱅크 설립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 인원이 많은 점을 고려해 이날 회의는 오후 2시와 3시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그간 대형 판매사 위주로 이뤄진 배드뱅크 설립 관련 협의 내용을 중소형 증권사 등 나머지 판매사들에도 설명하고, 설립 방안과 출자 규모 등도 논의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첫 회의인 만큼 배드뱅크 설립 취지를 공유하고 방향성을 의논했다"며 "출자 규모와 구체적인 설립 방법, 시기 등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판매사들은 오는 22일까지 배드뱅크 설립에 참여할지 결정하고, 이르면 이번 주 다시 회의를 열어 각 회사의 출자 금액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열린 첫 회의에는 각 판매사의 부서장급이 참석했으나 두 번째 회의에는 결정권이 있는 임원이 참석해 구체적인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한 기관으로, 자산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는 처음이다.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신규 영업은 하지 않고 기존의 라임자산운용 부실 펀드들을 넘겨받아 자산을 회수하는 데 전념하게 된다.

판매사들은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환매가 중단된 이후인 올해 1월에도 펀드 자금이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로 흘러간 정황이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자 배드뱅크를 설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스타모빌리티는 라임자산운용의 '돈줄'로 지목된 김봉현 회장이 실소유주로 있던 회사다.

김 회장은 지난해 고향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에게 4천9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네고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검사 관련 정보를 입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현재 잠적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는 4개 모펀드와 173개 자(子)펀드이며, 규모는 총 1조6천679억원이다.

환매가 중단된 4개의 모펀드는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CI) 등이다.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3사가 전체의 64%가량을 판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