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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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30일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열흘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국민들의 혼란이 여전하다. 정치권에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학·대학원생에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자”(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본부장) 등 각종 주장이 쏟아져나오는 통에 관련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어서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코로나지원금 관련 주요 쟁점과 이에 뒤따르는 네 가지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1) 지원 대상, 하위 70%? 전 국민?

현재 상태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4·15 총선이 지나야 ‘교통 정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야는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해서다.

정부는 지난 30일 당·정·청 회의를 거쳐 코로나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 가구로 정했다. 하지만 “하위 70%라는 기준이 모호해 재정만 낭비하고 피해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갈수록 거세졌다. 그러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전 국민에게 100% 코로나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런 혼란은 지난 8일 정점을 찍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고소득자 환급을 전제로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여당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3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위 70%에만 지급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으며 곧 관련 추경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반대 메시지를 내놨다. 불과 네 시간 사이에 정부 최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이 왔다 갔다한 것이다.

“지원 대상은 결국 총선 이후에 확정될 것”이라는 게 관가 안팎의 시각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기재부는 일단 하위 70% 지급을 목표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며 “하위 70%까지 지급할 돈은 올해 예산을 깎아 마련할 수 있지만, 전 국민에게 지급할 정도로 규모를 늘리면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수조원대 나랏빚을 내는 게 불가피하다”이라고 말했다.

(2) 일단 다 주고 환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가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신속하게 지원하려면 모든 사람에게 일단 지원금을 주되 나중에 세금으로 환수하면 된다”.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나오는 제안이다. 정 총리도 지난 8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언뜻 합리적이고 명쾌한 해법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 주장도 해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게 세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환수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여유 있는 수급자에게 더 걷고, 어려운 수급자에게 덜 걷는다’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자세히 파고 들어가면 이렇다. 현행 세법 체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이 지급하는 지원금에 대해 세금을 걷지 않는다.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쥐어준 돈을 도로 빼앗으면 안 된다는 논리다. 아동수당이나 기초생활수급자가 받은 수급금에 과세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코로나지원금은 가구 단위로 지급하는 반면 세금은 개인별로 걷기 때문에 제대로 환수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렇다면 국회 입법을 통해 코로나지원금에 한해 새로운 지급 및 소득에 따른 환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현행 제도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남는다. 먼저 환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가 난제다. 정부의 현행 지급 기준대로 건보료를 채택하면 자영업자들의 올해 소득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지역가입자 건보료가 재작년 소득을 기반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기준을 빨리 정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신속한 지급은 여전히 어렵다.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는 “당장이라도 정부가 결단만 내리면 코로나지원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얘기다. 지원금을 주려면 정부가 국민의 계좌번호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는 소득세 신고 시 국세청이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국민 10명 중 4명은 소득세를 아예 내지 않는다. 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국가에 등록된 계좌 정보조차 없는 국민이 태반이란 의미다. 결국 국가가 알아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신청 및 심사를 거쳐 지원금을 줘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지급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3) 코로나19 타격 안 받은 공무원·교사도 줘야하나

코로나지원금의 기본 취지 중 하나는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소득 보전’이다. 그런데 공무원은 코로나19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게 없다. 월급이 깎이지도, 고용이 불안정해지지도 않았다. 이런 공무원에게 왜 혈세로 코로나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대다수 국민이 의문을 갖는 이유다.

그렇다면 공무원과 교사에게 코로나지원금을 주지 않을 때 얼마나 돈을 아낄 수 있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년 기준 건보료분위별 보험료현황’ 자료를 보면 이를 대략 추산해볼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건보료를 내는 공무원 및 교사 가구는 128만7097세대다. 이 중 건보료 하위 70%에 해당하는 공무원과 교사 가구는 37만9420세대. 코로나지원금을 받는 가구가 평균 60~70만원을 수령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3000억원 가량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3000억원은 물론 큰 돈이지만, 전체 지원금의 3% 남짓한 돈을 아끼려다가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게 정부·여당의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명분이다. 공무원과 교사는 코로나19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을 지급 대상에서 빼려면 소득이 줄지 않았거나 오히려 늘어난 직장인에게도 코로나지원금을 주지 않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공무원 역차별’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공무원이 포함된 가구는 무조건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지, 아니면 지원금을 일부 삭감해야 하는지 등의 부수적인 문제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과 교사 집단을 적으로 돌려야 하는 게 더 큰 문제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공무원 및 교사와 관련된 인구는 수백만명에 달한다.

(4) 코로나지원금 때문에 국방비 깎이나

홍 부총리는 “적자국채 발행 없이 7조1000억원 규모의 추경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올해 513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 중 코로나19 사태로 불필요해진 예산을 헐어 돈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방침에는 최근 우리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위험할 정도로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국방·교육·사회간접자본(SOC) 등이 기재부가 밝힌 주요 삭감 분야다.하지만 국회 심의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은 예산 사업 중 불필요한 부분을 가려내는 작업은 순탄치 않다는 전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세출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지만 각 부처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기조에 따라 지난 2월 말까지 집행된 예산이 108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도 문제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SOC사업 등은 중간에 예산을 삭감하기 어렵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