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 신속인수제 도입을 검토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기업까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 지원책으로 회사채 신속인수제 도입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들이 사모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이 80%를 인수해 기업의 상환 리스크를 줄여 주는 제도를 말한다. 산은은 인수한 회사채를 담보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을 발행해 기관투자가에게 판다. P-CBO는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강을 거쳐 발행된다.

이번 회사채 신속인수 방안은 정부가 이미 발표한 6조7000억원 규모 P-CBO 프로그램과는 별개의 대책이다. P-CBO 프로그램이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지원책이라면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2001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현대상선을 시작으로 하이닉스, 현대건설, 쌍용양회 등이 지원을 받았다.

2013년에는 회사채 시장 정상화를 위해 6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형태로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부활했다. 건설, 조선, 해운 등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업체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고자 나온 방편이었다. 이번 지원도 2013년처럼 펀드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산업은행이 떠안은 채권 가운데 10%를 금융투자업계가 조성한 회사채 안정화 펀드가 인수하고, 30%와 60%는 각각 채권은행과 신용보증기금 P-CBO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도입될 경우 집중 지원 대상으로는 항공, 관광, 유통 등 코로나19 취약 업종이 거론된다. 수주 부진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회사채 신속인수제 대상이 될지도 주목된다. 두산중공업은 4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수출입은행에 요청한 상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