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에 무슨 일이?…시총, 보유 주식 가치의 27%로 급감
"내가 가진 주식만 팔아도 25조원이 나오는데 나의 재산 가치가 7조원이 안된다고 한다."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 국내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삼성생명의 주가는 3만3950원. 연초에 비해 주가는 반토막났고 역대 최고가였던 2017년 11월(13만8500원)에 비해선 4분의 1토막이 났다.

시가총액 순위도 속절없이 밀려나고 있다. 2010년 5월 상장 당시 4위였던 시총 순위는 올들어 20위권으로 내려오더니 이제는 29위(6조7900억원)로 30위 밖으로 밀려날 처지다.

업계에선 삼성생명 주가가 이해하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저금리로 보험업종 자체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삼성생명 주가는 투자자들조차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주식만 봐도 그렇다. 삼성전자 지분율 8.84%(지난해 9월 기준)인 삼성생명은 국민연금(10.49%)에 이어 삼성전자 2대주주다. 삼성생명이 쥐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가치만 해도 23조9600억원(3월20일 기준)이다. 6조7900억원인 삼성생명 시가총액의 3.5배 수준이다.

삼성생명이 가진 주식은 이뿐만 아니다. 삼성생명은 호텔신라(7.7%), 에스원(5.4%), 삼성중공업(3.3%)의 대주주다. 삼성SDI(0.3%), 삼성전기(0.2%), 삼성물산(0.1%), 삼성SDS(0.1%) 등의 주식도 가지고 있다. 이 주식들의 가치만 해도 5000억원이 넘는다.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주식가치만 해도 24조5000억원이다. 그런데도 삼성생명 시총은 보유 주식 가격의 27% 수준인 6조7900억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삼성생명은 증시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서도 큰 손이다. 지난해 3분기 결산보고서상 삼성생명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만 6조9489억원이다. 주식과 부동산만 31조원이상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이 증시에서 너무 저평가받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 판단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저금리로 인해 삼성생명을 비롯한 보험업종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예를 들어 보험사들이 수년 전까지 5% 확정금리 상품을 판매했는데 이제는 2%대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어서 보험사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97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넘게 급감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도 3592억원에서 1146억원으로 68%나 줄었다. 한화생명은 3년 전만 해도 7000원이 넘는 주가를 기록했지만 이제는 1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반등하지 않는 이상 보험사들의 실적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