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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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폭락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국제유가의 하락이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이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훼손했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 패닉이 왔다고 설명했다. 폭락한 유가는 2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4.5%(1.48달러) 내린 31.50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31.50달러까지 밀리면서 30달러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WTI는 최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증산 전쟁' 우려 속에 지난 9일 24.6% 곤두박질쳤다가, 10일 10.4% 급반등했지만 11일에는 다시 4.0% 급락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이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가 "감산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하면서 치킨 게임 우려가 확대돼서다.

유가가 급락하는 동안 국내 증시도 바닥을 모르고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하루에만 4.19% 하락했고, 10일 0.42% 소폭 반등하기도 했지만 11일, 12일, 13일 3거래일 연속 각각 2.78%, 3.87%, 2.61% 떨어졌다. 이날 역시 급락세를 연출했다.

국제유가는 미국 국채 수익률과 함께 경제적인 건강과 신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지표)다. 때문에 유가 하락이 경제 둔화 우려를 키웠고, 증시 역시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훼손시켜 금융시장의 악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인플레이션으로, 지난해 기대 인플레이션이 3개월 연속 최저치를 기록하자 디플레이션(장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가치 사슬을 훼손시킨 가운데 유가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더해지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훼손됐다"며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고 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경제 활동과 투자 행위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이르면 4월초 저점을 확인 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국제유가 전망은 배럴당 43.5달러로 전망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원유수요가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러시아의 의도대로 미국 셰일 원유생산량이 급속하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유가는 2분기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폭락 트리거 진단]국제유가 폭락, 증시 유탄…"기대 인플레이션 훼손"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