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미국·유럽 생산법인에 비상이 걸렸다. 이 지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한국과 중국에서 벌어졌던 생산 차질이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美·유럽 생산시설도 '셧다운' 공포…기업들 "제2 中사태 되나" 초긴장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와 자동차, 화학업계는 미국·유럽 시장 공략과 보호무역주의 대응을 위해 현지에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엔 연 생산량 100만 대 규모의 세탁기 공장을 가동 중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주에서 승용차를 생산한다. LG전자도 지난해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연간 120만 대 생산 규모의 세탁기 공장을 미국 테네시주에 세웠다. 롯데케미칼은 31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100만t 규모의 에틸렌 공장을 완공했다.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폭스바겐, 벤츠 등 유럽 완성차 업체의 공장과 가까우면서도 인건비가 싼 동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8500억원을 투자해 연 7.5GWh 규모의 헝가리 배터리 공장을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에서 BMW 등에 납품하는 배터리를 생산 중이고 LG화학은 폴란드에 배터리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면서 미국·유럽에서도 중국에서 발생한 ‘셧다운(일시 생산 중단)’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더 큰 걱정거리는 현지 부품사 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이다. 협력사는 안전 관리 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자칫 지난 1~2월 한국과 중국에서 발생한 부품 공급 차질과 ‘도미노 가동 중단’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각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공장 가동 중단을 지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경 폐쇄 때는 부품이나 제품의 물류가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유럽 국가 간 물류 이동이 막히면 현지 생산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해외 사업장이 있는 한국 기업들은 업무지속계획(BCP) 등 비상계획을 마련 중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현지 대체인력 등을 수소문하고 있다”며 “업무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중점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같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도 현지 공장에서 실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장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는 등 임직원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시행 중인 조치를 해외 사업장에서 똑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