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단일 주주의 저축은행 보유 개수를 제한하고, 영업권이 다른 은행의 합병을 막는 등의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를 풀기로 했다. 지나친 규제로 저축은행 업계의 M&A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선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지역경기가 침체하면서 중소형·지방 저축은행 경영이 악화해 인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잠재매물 늘어나는 저축은행

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일 발표한 ‘금융산업 혁신경제 방안’에 따라 저축은행 규제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핵심은 세 가지다. 규모가 커진 대형 저축은행의 리스크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지방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영업지역 규제를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저축은행 M&A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2017년 금융위는 단일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마련했다. 영업지역이 다른 저축은행을 2개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인수한 저축은행을 합병할 수도 없게 했다. 한 저축은행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전이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M&A 시장에 나와 있거나 매물로 거론되는 건 7~8개다. 1세대 저축은행 오너의 고령화로 잠재매물은 더 많아지고 있다.

리스크 커진 중·소형사 M&A

그동안 중·소형 저축은행에 대한 M&A는 사실상 막혀 있었다. 대구·경북·강원이 영업권인 머스트삼일·유니온저축은행과 부산·경남권인 DH저축은행 등 중·소형사는 수년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 오릭스 등이 지분을 가진 서울권의 OSB저축은행도 지난해 매각을 추진하다가 철회했다. 올 들어선 호남권 자산규모 1위 스마트저축은행(호남)만 새 주인(미래그룹)을 찾았다.

PEF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스마트저축은행도 예상보다 가격이 떨어진 700억원에 거래됐다”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해에 10억원도 벌지 못하는 소형사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규모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형사인 SBI·OK·웰컴저축은행도 M&A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 금융 시스템을 확보해 ‘전국구’로 거듭난 상황에서 굳이 지방 저축은행을 인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리스크가 더 커져 당장은 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