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아마존' 탄생의 조건
한국에는 미국 아마존 같은 회사가 없다.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반짝’ 두각을 나타낸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이 여럿 있을 뿐이다.

아마존이 될 ‘기회’가 생긴 것은 최근 일이다. 작년 티몬에 이어 올해 G마켓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까지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다른 사업자가 인수하면 단숨에 시장 점유율을 확 높일 수 있다. 유통 대기업에 먼저 제안이 갔다. 티몬은 롯데에 우선협상권을 줬다. 이베이코리아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 등에 인수 의향을 타진했다. 온라인사업 확장 의지가 있고, 자금력도 갖춘 회사들이다. 이들뿐 아니라 다른 e커머스와의 합병, 사업 제휴도 검토되고 있다. “합종연횡을 통해 초대형 e커머스 탄생이 머지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합쳐서 ‘덩치’만 키운다고 아마존이 될 순 없다. 한국 아마존이 되기 위한 ‘선결 조건’을 유통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비자 신뢰를 쌓는 일이 우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e커머스에는 주문이 엄청나게 밀려들었다. 하지만 상당수는 처리되지 못했다. 주문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은 한 달 가까이 지속됐다. 상품을 확보하지 못한 e커머스에 소비자들은 실망했다. 한 장에 1만원 넘는 ‘폭리 마스크’를 올린 판매자를 방치한 곳을 보며 분노했다.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한국 e커머스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

커뮤니케이션(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도 뼈아픈 부분이다. 국내 주요 e커머스는 외부 소통에 서툴다. 비상장이란 이유로, 설립된 지 얼마 안 됐다는 이유로 소통 부족을 합리화하고 있다. 회사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내부에서 발생한 노사 갈등과 배송 지연 등의 문제는 숨기기에 급급했다. 쌓여 있는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어떻게 쓰는지 외부에선 알 길이 없다. e커머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 인프라가 됐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국민 대부분이 일상적으로 쓰는 것이라면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수다.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지금까지 e커머스는 점유율 확대에 주력했다. 그러다 보니 혁신이 부족했고 가격 경쟁은 치열했다. 적자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그러는 사이 해외에선 엄청난 ‘유통 혁신’이 일어났다. 아마존은 드론 배송을 시험했고, 무인 편의점(아마존고)까지 내놨다.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은 ‘분기점’을 맞았다. 이베이코리아, 티몬 매각 작업은 결론을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회사라면 외형뿐 아니라 갖춰야 할 자격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