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플러코리아의 전신은 1953년 설립된 신한베어링공업이다. 이병찬 대표는 2016년 취임 이후 일본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김정은 기자
셰플러코리아의 전신은 1953년 설립된 신한베어링공업이다. 이병찬 대표는 2016년 취임 이후 일본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김정은 기자
국내 1위 베어링 제조업체인 셰플러코리아의 이병찬 대표는 최근 기쁜 소식을 들었다. 일본의 유명 베어링 회사들을 제치고 셰플러코리아가 일본 마쓰다자동차로부터 ‘품질 우수업체’로 선정된 것. 이 대표는 2016년 취임 직후부터 일본 완성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품질 전담요원을 현지에 장기 파견하는 등 유달리 공을 들여왔다. 자국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협력업체의 품질 관리를 까다롭게 하기로 유명한 일본 제조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아낌없는 R&D 투자가 글로벌 경쟁력”

이 대표는 4일 “셰플러코리아의 일본 수출 물량은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데 이를 좀 더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며 “일본의 완성차 업계뿐 아니라 차세대 전략 분야인 전기차와 로봇, 산업기계 시장으로 공급처를 확대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어링 명가 셰플러 "미래 성장동력은 전기차"
국내 자동차용 베어링 시장 1위인 셰플러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베어링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제작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주요 완성차 및 부품 업체에 공급한다. 닛산과 도요타, 마쓰다, BMW, 폭스바겐 등 다양한 해외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매출의 40%가 수출에서 나온다. 창원과 전주, 안산 등 국내에 5개 공장과 연구소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역사는 좀 독특하다. 전신은 1953년 설립된 신한베어링공업이다. 1964년 한화그룹 자회사로 편입됐다가 1994년 한화기계로, 이듬해 한화정공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외국 자본이 유입되며 독일 합자회사인 FAG한화베어링이 됐다. 2006년 독일 셰플러그룹의 한국 법인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 대표는 “셰플러코리아는 매년 5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수출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등 한국 기업보다 더 한국적인 제조업체”라며 “국내 제조업에 글로벌 시스템을 이식한 것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은 독일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셰플러 본사는 기술 투자 외에 부동산 금융자산 투자 등에는 일절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기차로 미래 먹거리 발굴”

셰플러코리아는 오는 5월 서울 잠실에서 열리는 세계 최초의 전기차 국제 모터스포츠 1인승 경기인 ‘포뮬러 E’에 참가한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소음과 공해가 없다. 셰플러는 전기차의 핵심이자 경기의 승부수인 엔진과 변속기, 인버터 등에서 글로벌 기술력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자동차 부문의 전동화 시스템 등 ‘인더스트리 4’ 관련 분야가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해 사업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화그룹 한국종합기계 기획팀장, 사업관리팀장, 구매사업 임원 등을 거친 ‘한화맨’이다. 2016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셰플러코리아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노사분규를 겪지 않았다. 이 대표는 “경영진과 노조 간 회사 이슈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많은 편”이라며 “제조업체가 창출하는 새로운 가치 및 경제에 대한 기여에 구성원이 자부심을 느끼는 조직 문화가 노사 화합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