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로 되돌린 시간…'우아한 절제미' 그녀가 되살아났다
국내 여성복업계에는 ‘타임 지수’라는 게 있다. 여성복 브랜드 ‘타임’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자사 브랜드의 판매 현황을 비교할 때 사용한다. 마치 전 세계 맥도날드에서 판매하는 빅맥 햄버거의 가격을 기준으로 국가별 물가를 비교하는 ‘빅맥 지수’처럼 말이다. 그만큼 타임은 국내 여성복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타임은 ‘노세일 브랜드’로 좋은 소재를 고집한다. 디자인은 유행을 잘 타지 않는다. 그래서 세련된 직장인들이 입고 싶어하는 브랜드가 됐다.

국내 여성복 최초 ‘메가 브랜드’

패션 전문기업 한섬이 운영하는 타임은 1993년 처음 시장에 나왔다. 2009년에는 매출 1025억원을 달성해 국내 여성복 중 처음으로 메가브랜드(연매출 1000억원을 넘는 브랜드)가 됐다.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됐고, 2016년에는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역시 국내 여성복 중 최초의 기록이다.
1990년대로 되돌린 시간…'우아한 절제미' 그녀가 되살아났다
한섬 관계자는 “타임의 신제품이 출시되는 날에는 패션 브랜드 관계자들이 매장을 찾아 스타일과 소재, 디자인을 확인하는 게 관례처럼 자리잡았다”며 “과감하게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되 세련되게 표현하는 점, 가격대가 비싼 만큼 좋은 소재를 고집하는 것이 타임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아카이브를 재해석

타임은 올 봄·여름 컬렉션의 주제를 ‘타임 이즈 타임리스(Time is Timeless)’로 정했다.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 타임의 본질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1990년대 출시했던 타임 제품들을 재해석해서 새로 내놨다. 그때 내놨던 옷을 지금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얘기다. 또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풍부한 아카이브(archive: 옛날에 출시한 제품군)를 보여주려 했다.
1990년대로 되돌린 시간…'우아한 절제미' 그녀가 되살아났다
타임의 이번 신제품에는 1990년대에 유행했던 미니멀리즘과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모던함이 어우러져 있다. 간결한 디자인을 채택했지만 실루엣을 다양하게 적용해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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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에 벨트를 단 ‘아웃포켓 크랍 재킷’, 탈부착이 가능한 칼라 레이스를 포인트로 넣은 ‘슬림핏 탑&스커트 세트’ 등이 주력 제품이다. 뒷부분에 천을 꼬아 포인트 디자인으로 보이게 한 시원한 소재의 ‘슬립 원피스’, 고급스러운 레이스 자수를 넣은 ‘탑&스커트 세트’도 주목할 만한 제품으로 꼽힌다.

주얼리도 다양하게 나왔다. 길이가 다른 체인을 이어서 제작한 ‘링크 토글 팔찌’, 음각 패턴의 코인 펜던트를 단 ‘코인 목걸이’, 진주를 끝에 달아 우아함을 강조한 ‘펄 드롭 귀걸이’ 등이다.

첫 국내 모델로 수현 발탁

타임은 올해부터 배우 수현을 모델로 기용했다. 타임이 국내 모델을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현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다.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부드러운 인상, 커리어우먼 이미지 등이 수현을 선택한 이유다.
1990년대로 되돌린 시간…'우아한 절제미' 그녀가 되살아났다
한섬 관계자는 “수현은 그간의 활동을 통해 지적이고 세련된 현대 여성상을 잘 보여줬다”며 “일을 열심히 하면서 휴식을 조화롭게 즐기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이 타임의 지향점인 ‘삶의 밸런스’와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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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이 배우 수현과 함께 촬영한 신제품들은 3월에 출시된다. 타임 신제품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등 전국 매장과 자체 온라인몰인 더한섬닷컴에서 구입할 수 있다.

타임은 올해부터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타임은 그동안 대중과의 소통보다 신비주의 전략을 유지했다. 이제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타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통해 신제품의 콘셉트, 옷을 만드는 과정 등을 자세히 동영상으로 보여줘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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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관계자는 “앞으로 타임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을 살리되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