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머니, 교통카드 넘어 '간편결제 플랫폼' 진화
미국인 유학생 아이비 씨(26)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없다. 단기 비자로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신 티머니 교통카드를 들고 다닌다. 버스와 지하철을 탈 때는 물론 편의점과 카페에서도 티머니 카드로 결제한다.

대표적 교통카드 업체인 티머니가 금융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티머니는 2003년 원활한 대중교통 간 환승을 위해 만들어졌다. 설립 당시 교통카드 등 모빌리티에 한정됐던 사업 영역은 이제 모바일 결제로까지 확장됐다.

전국 가맹점 10만여 곳

티머니는 올 상반기 간편결제 ‘티머니페이’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베타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티머니페이는 근접무선통신(NFC)과 QR코드 기반 결제 방식을 이용한다.

NFC 결제 방식은 티머니페이의 차별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티머니 가맹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티머니 결제 가맹점은 편의점, 마트, 카페, 패스트푸드 전문점, 베이커리 등 전국 10만여 개에 달한다. NFC 결제를 위한 전용 단말기는 가맹점에 비치돼 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없어도 티머니 교통카드, 모바일 티머니 앱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간편결제 업체는 NFC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다. 삼성페이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결제 방식을 활용한다. 두 방식 모두 휴대폰을 가까이 대서 결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MST 방식은 기존 마그네틱 카드 결제를 자기장으로 구현한 기술이어서 일반 결제 단말기(POS)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티머니 관계자는 “전국 가맹점에 NFC 결제망을 갖춘 만큼 티머니페이가 정식 출시되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광범위한 금융 영역 사업

청소년들은 티머니 카드를 ‘용돈 카드’라고 부른다. 신용·체크카드 발급에 제약이 있는 청소년들이 용돈을 티머니 카드에 충전하고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온라인에 등록된 티머니 카드 중 ‘청소년 카드’ 비중은 35%다. 용돈 카드에 힘입어 지난해 티머니 유통 결제금액은 역대 최대인 2446억원을 기록했다. 교통카드 결제건을 제외한 순수 가맹점 결제 수치다. 2007년 77억원이었던 결제금액이 7년 새 30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티머니의 핵심 사업은 교통비 정산이다. 수도권을 비롯한 국내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 비용은 처음 탑승 시부터 내릴 때까지의 거리에 비례해 책정된다. 신용카드를 이용해도 마찬가지다. 티머니는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얻는 수익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정산 사업은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티머니는 2008년 뉴질랜드 웰링턴시의 대중교통 정산 대행 사업을 시작한 이래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태국 등으로 해외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티머니는 서울 전통시장과 영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밴(VAN·부가가치통신망) 사업도 하고 있다. 결제·정산·중개 작업을 모두 하고 있다.

티머니가 포화된 간편결제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자리잡은 간편결제 업체들도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간편결제 플랫폼을 출시한다고 해도 교통카드 특화 기능 이외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