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2공장 싼타페, 투싼, 아반떼 생산라인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 싼타페, 투싼, 아반떼 생산라인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영향에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등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의 세단 3종과 투싼 등을 생산하는 울산5공장의 가동을 최근 전격 중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에 차량에 탑재되는 부품을 중국에서 제때 공급받지 못하자 가동을 멈춘 것이다.

현대차 울산5공장에서는 제네시스 G70, G80, G90, 투싼, 넥쏘가 생산된다.

현대차의 가동 중단은 차량 부품 중 와이어링 하네스 때문이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배선 묶음으로 차의 신경망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이다.

현대차는 유라코퍼레이션과 경신 등이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하는데 이들 업체는 현재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국내 공장으로 수출한다.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를 오는 9일까지 연장함에 따라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등 국내 부품업체들의 공장 가동도 멈춘 상태다.

쌍용자동차도 중국에서 부품 수급이 안돼 이날부터 평택공장의 가동을 오는 12일까지 중단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비상이다.

중국 광저우와 옌타이, 난징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옌타이와 난징 모듈 공장이 중국 지방정부의 권고에 따라 오는 9일까지 쉴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우한에서 약 750km 거리에 있는 쑤저우 공장에 대해 바이러스의 확산 여부에 따라 향후 가동 중단을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의 55%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 거점이다. 특히 우한에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를 비롯해 티안마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제조공장을 운영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 내 전체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능력이 2월 중에 최대 20%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전염병이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인력과 부품 공급 등에 차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공급이 줄면 LCD TV 패널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지 후베이성 우한의 신종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건설한 훠선산 병원이 착공 열흘만인 2일 공사를 마친 모습.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지 후베이성 우한의 신종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건설한 훠선산 병원이 착공 열흘만인 2일 공사를 마친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공장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우한에는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제조회사인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YMTC)가 위치해 있으며 이 밖에도 여러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중국에 공장이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현재 정상조업 중이지만 사태 악화에 따른 공장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비상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우한폐렴으로 인해 애플이 오는 3월 선보일 것으로 보이는 '아이폰SE2' 등의 생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은 중국 우한 지역에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경영실적 발표에서 오는 10일까지 우한 인근 외곽에 위치한 공장을 가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악화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A)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존 전망치에 비해 2%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수정했다.

앞서 SA는 5세대 통신(5G) 상용화 등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3% 성장해 15억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SA는 "검역, 여행제한으로 인한 물류 및 공장 운영 지연이 결국 노동 부족과 공급지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