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들어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사회 '비상계획' 검토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의 향후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것이 계기다. 중도 사퇴를 결정할 경우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이사회는 손 회장의 의사 표명을 기다리는 한편 연임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 검토에 들어갔다.

손 회장, 이사회에서 입장 표명?

우리은행은 오는 7일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은행 결산 실적을 보고하는 정기 이사회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이날 거취를 밝힐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참여하는 사외이사와 손 회장이 중징계 결정 이후 처음 마주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임추위는 지난달 31일 차기 행장 후보 선임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린 데 따른 조치다. 금융회사 임원이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 현 임기를 채울 수는 있지만 향후 임원을 맡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징계 이후 의사 표현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사외이사들에게도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며 “(중징계 이후) 사외이사들을 다시 만나는 첫 자리여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4일 우리금융이 긴급이사회를 연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까지는 손 회장이 중도 사퇴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최종 결정 통보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주에 무리하게 입장을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임을 포기하더라도 3월 주총 전 임기까지는 채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임을 강행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손 회장 자신도 결심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손 회장은 평소보다 이른 오전 6시30분께 본사로 출근해 집무실에서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고' 들어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사회 '비상계획' 검토
“연임 바라지만”…‘비상 플랜’도 준비

상당수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손 회장의 연임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 회장이 직접 ‘연임 포기’를 시사하면 경우의 수가 복잡해진다. 차기 회장 선출 문제뿐만 아니라 회장-행장직 분리 여부와 전체 계열사 임원 인사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그룹의 경영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사회는 ‘컨틴전시 플랜’도 마련해 놨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회장 유고 시 우리금융의 선임 부사장(출생 순)이 직무대행을 하기로 결의했다. 차기 회장이 뽑힐 때까지 회장 업무를 대신 맡게 해 경영 공백을 없애자는 취지다. 3월 열리는 주총에서 손 회장 연임 여부와 관련 없이 사내이사 한 명도 추가 선임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현 이사회 내에 손 회장 외에 사내이사가 없는 점이 비상시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손 회장이 연임하지 않는다면 이 인물이 차기 회장 결정 전까지 대행을 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날까지 DLF와 관련해 피해자 492명(74.4%)에게 자율 배상을 완료했다. 배상액수는 약 288억원이다. 우리은행 측은 “제재심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고객 배상 절차를 진행해 상당 부분 완료했다”며 “나머지 고객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배상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