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었다. 대량 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추며 20여 년간 국내 유통산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가격 경쟁력을 잃으며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할인점이라고 할 수 없는 마트에 갈 이유가 없게 됐다.마트는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해외 상품’이다. 쿠팡, G마켓에 없는 새로운 해외 상품을 들여와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이마트, 수입상품 쿠팡에도 판매이마트 관계자는 3일 “영국 포트메리온의 테이블 웨어 브랜드 로열우스터 상품설명회를 이달 말 이마트 본사에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포트메리온은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있는 프리미엄 식기를 주로 판매하는 회사다. ‘보타닉가든’이란 브랜드가 국내에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마트는 보타닉가든과 전혀 다른 느낌의 로열우스터를 들여와 국내에서 독점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에서만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경쟁 유통회사에도 공급하기로 했다. 백화점, 아울렛, 온라인 쇼핑몰 등 경쟁하는 다른 유통 채널을 통해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달 말 상품설명회에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뿐 아니라 쿠팡, 11번가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관계자도 초청할 계획이다.이 관계자는 “과거 무역상사가 했던 역할을 이마트가 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현재 미국 중국 베트남 일본 등 4개국에 77명의 해외 소싱담당 바이어를 두고 있다.이마트는 해외 상품과 관련해 또 다른 ‘실험’도 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 스페인 스니커즈 브랜드 ‘쎄티’를 지난달 선보였다. 마트가 비주력 상품인 스니커즈를 마트가 아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선근 이마트 해외소싱 담당은 “마트 상품은 식품이고, 마트 상품은 마트에서만 판매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소비자 반응도 좋다. 출시 사흘 만인 지난 2일 목표금액인 2000만원을 달성했다.“새우깡 10원 싸게 파는 전략은 폐기”롯데마트는 2017년 해외 소싱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현재 인력을 12명까지 늘렸다. 이들 해외 바이어는 ‘차별화된 상품’을 들고 왔다. 작년 초 선보인 아르헨티나 붉은새우가 대표적이다. 가져오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45t 분량이 금세 동났다. 가격은 기존 동남아시아 새우보다 28% 저렴하지만 크기는 훨씬 컸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추가로 150t을 확보해 이달 판매할 계획이다.통째로 해외 브랜드 판권을 가져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오는 5월 수입 완구를 들여오기 위해 독일 등 유럽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고 있다. 롯데마트는 독일 드러그스토어 1위 기업 dm의 자체상표(PB) ‘발레아’ 화장품의 국내 판권을 확보해 지난 1월 독점 판매하기도 했다.윤병수 롯데마트 MD본부 해외소싱부문장은 “새우깡, 신라면 같은 상품을 10원 더 싸게 판매하는 과거 마트의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소비자도 해외 상품 요구소비자도 마트에 해외 상품을 늘릴 것을 원하고 있다. ‘평범한’ 상품이 아닌, 기존에 보지 못했던 ‘특별한`’ 상품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홈플러스는 작년 말 스위스 초콜릿 시장 1위 브랜드 ‘프레이’를 내놨다. 이 상품은 한 달 만에 4만5000여 개가 팔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스위스 여행을 가는 많은 사람이 프레이 초콜릿 박물관에 들러 초콜릿을 사온다”며 “프레이 초콜릿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국내에 제품이 나오자 특히 좋아한다”고 전했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이마트 주가가 115일 만에 1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온라인 점유율 확대 전략을 펼치는 미국 아마존의 호실적도 이마트에 대한 회복 기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는 3000원(2.70%) 떨어진 1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마트 주가 10만원대는 지난해 10월 11일 종가가 10만대(10만9500원)로 내려간 뒤 처음이다. 지난해 8월 13일 9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줄었다는 소식이 실적 악화 우려로 이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치)는 2851억원이다. 3개월 전(3148억원)보다 9.43% 쪼그라들었다.여기에 미국 아마존이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이마트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아마존은 7.38% 오른 2008.72달러로 거래를 끝냈다. 2000달러대는 지난해 7월 24일 이후 처음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39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기대치(28억달러)를 훌쩍 넘은 ‘어닝서프라이즈’다.지난해 2분기부터 확대한 당일 배송 시스템의 비용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감당할 수준이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시각이 많았지만 아마존은 2분기 만에 우려를 불식할 만한 실적을 내놨다”고 설명했다.아마존의 호실적은 비슷하게 온라인 점유율 확대 전략을 펼치는 쿠팡엔 긍정적이지만 이마트엔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흔들려야 이마트가 산다는 기대가 아마존의 호실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더구나 이마트는 쓱닷컴 등 온라인 확대 전략을 취하는 과정에서 비용문제가 본격 부각될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1인 가구가 보편화하면서 일코노미(1인+경제) 전략 제품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나 혼자 먹을 소용량 음식을, 나 혼자 요리해서 혼자 즐기는 '혼족'이 유통가의 VIP 손님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8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는 585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29.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2045년에는 1인 가구가 809만8000가구(비중 36.3%)까지 증가해 전체 가구 중 3분의 1 이상이 1인 가구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이는 유통가 판매 성적으로 확인된다. 신세계푸드가 2016년 첫 선을 보인 소포장 양념육 제품 판매량이 지난해 300만개를 기록해 첫 해(45만개) 대비 6배 수준으로 증가했다.신세계푸드는 2016년 '올반 소불고기'로 1인용 소포장 육류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뛰어든 후 꾸준히 메뉴를 늘리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7년에는 '올반 우삼겹'과 '올반 숯향 불고기'를 출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수준인 150만개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메뉴수를 16종으로 늘려 다양한 온라인몰에서 판매량이 300만개를 기록했다. 판매량 급증의 배경으로는 과거 다인 가구가 대형마트에서 대량으로 양념육을 구입해 먹던 방식과 달리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온라인쇼핑몰 또는 배달 앱(운영프로그램)을 통해 먹거리를 소량으로 구입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는 점 등이 꼽혔다.신세계푸드는 "전문점 수준의 맛, 간편한 조리법, 편리한 보관이라는 3가지 요인을 갖춰 1인 가구를 비롯한 혼밥족과 맞벌이 부부 등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대형마트에서도 1인 가구 잡기에 적극 나섰다. 이마트는 소용량 주방 가전 '일렉트로맨 혼족' 시리즈 3종을 오는 6일 추가로 선보인다. 신제품은 '미니 화로', '마카롱 밥솥', '에어프라이어' 등 3가지다. 3종 모두 1~2인용에 적합한 제품이다.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은 1인 가구 관련 상품의 성장세 때문이다. 이마트가 2018년 7월부터 선보인 일렉트로맨 혼족 주방 가전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5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용량 124L 미만의 중소형 냉장고 판매도 4배로 껑충 뛰었고, 2~3인용 소형 밥솥 매출은 49.2% 증가했다.또한 지난해 보관이 용이하고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만큼만 꺼내 먹을 수 있는 냉동채소 매출이 6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일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소량씩 판매하는 조각과일 판매가 13.1% 증가했다. 장효영 이마트 가전 바이어는 "작지만 제대로 된 소형가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프리미엄급 혼족 가전을 출시하기 위해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