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故신격호 빈소 현장 취재기

▽ 조의금은 받지 않았지만 조화는 받아
▽ 유족과 안면 없는 일반인 조문은 '제한'
▽ 본인 신발 못 찾아 당황한 조문객도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차려진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 앞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차려진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 앞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거화취실(去華就實)'.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한다. 지난 19일 별세한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집무실에 걸려있는 문구다. 롯데그룹은 신 명예회장의 장례식장에서도 이 문구를 실천하기 위해 조화와 조의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롯데그룹 측은 빈소를 찾는 방문객들로부터 실제로 조의금을 받지 않았다. 빈소 앞에도 '부의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안내 푯말을 설치했다. 조문객들은 빈소에 들어서기 직전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만 적고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조화는 받아 빈소 앞에 두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는 신 명예회장 사진 바로 왼편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보낸 조화는 장례식장 입구에 놓였다.

신 명예회장 및 유족과 안면이 없는 일반인들의 조문은 제한됐다. 하지만 이 소식을 몰랐던 일부 시민들이 방문한 사례도 있었다. 부녀로 추정되는 한 남성과 어린 소녀는 당당하게 빈소 쪽으로 들어갔다가 빈소 앞에서 롯데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직원이 "일반인 조문은 받지 않는다"고 안내하자 두 사람은 잠시 당황하다가 "아 부끄럽다"라고 말하며 장례식장을 뛰쳐나갔다.
지난 20일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한 남성이 입장하려다 제지를 당했다. 당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퇴장하는 타이밍과 겹쳐 시선은 분산됐다./사진=이미경 기자

지난 20일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한 남성이 입장하려다 제지를 당했다. 당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퇴장하는 타이밍과 겹쳐 시선은 분산됐다./사진=이미경 기자

일반인 조문객 중 "신 명예회장의 넋을 꼭 기리겠다"며 고집을 피운 방문객도 있었다. 한 남성은 빈소에 입장하려다 제지를 당했고, 이내 빈소 밖에서 직접 향을 피우며 절을 하기도 했다. 당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퇴장하는 타이밍과 겹쳐 시선은 분산됐다. 이 남성은 약 7분간 이곳에 있다가 롯데 직원의 제지로 자리를 떠났다.

서울 빈소와는 달리 신 명예회장의 고향인 울산 분향소에서는 일반인의 조문을 받았다. 장례기간동안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롯데별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는 감동훈 롯데그룹 상무와 임태춘 롯데백화점 울산점장이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롯데그룹 측은 간이식당과 야외 난로 등을 준비하고 조문객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크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아산병원의 신 명예회장 장례식장에서 모든 조문객의 손을 공통적으로 거쳐 간 물건도 있다. 바로 '구둣주걱' 이다. 빈소 앞에는 긴 구둣주걱이 마련되어 있었다. 조문객이 조문을 마치고 신발을 다시 신으려고 할 때면 안내직원이 구둣주걱을 건네곤 했다. 조문객의 대다수가 고령자라는 사실을 배려하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마련된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오며 자신의 신발을 찾고 있다./사진=이미경 기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마련된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오며 자신의 신발을 찾고 있다./사진=이미경 기자

장례식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게 빈소 앞에는 검은 신발들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조문객이 본인의 신발을 찾지 못해 신발 앞에서 한참 서성거리는 모습도 연출됐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신발 앞에서 자신의 신발을 두리번 거리며 찾다가 약 30초쯤 뒤에 본인의 신발을 찾고서는 멋쩍은 듯이 신발을 신고 나갔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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