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리스크 벗어난 조용병 회장, 2기 체제 가동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조 회장이 실형을 면함에 따라 오는 3월 임기 3년의 회장직 연임은 사실상 확정됐다. 대법원 판결까지 가더라도 2023년까지는 최고경영자(CEO) 부재 등으로 인한 지배구조 리스크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정구속 면한 조용병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주철)는 22일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회장 등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7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채용 과정에서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거래처 고위직 자녀 등 지원자 총 154명의 서류·면접 점수를 조작하고 합격자 성비도 3 대 1로 맞춘 혐의로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당시 은행장으로서 채용 총괄을 맡은 조 회장이 신한은행의 최고책임자로서 은행 채용 체계를 무너뜨렸다”며 “인사부에 해당 지원자를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안 했더라도 최고책임자가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을 알린 자체만으로도 인사부 채용 업무의 적정성을 해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 회장이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킬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했다. 남녀평등고용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조 회장은 재판 직후 “직원들을 고생시켜 송구스럽다”며 “항소해서 다시 한번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결과는 조금 아쉽다”며 “공소 사실에 대해 45차례에 걸쳐 소명했는데도 미흡한 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채용비리 혐의(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2018년 6월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선고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재판의 쟁점 중 하나는 사기업 채용 절차를 법적으로 따질 수 있는지였다. 사기업이라고 해도 채용에 관한 내부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함 부회장은 오는 4~5월 검찰 구형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리스크 관리 대책 내놓을까

법률리스크 벗어난 조용병 회장, 2기 체제 가동
신한금융 내부에선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무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조 회장이 법정구속을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최악의 경우는 피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조 회장의 연임엔 문제가 없다.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확정 판결이 나기 전에는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통상 대법원 판결까지는 3년여가 걸린다.

조 회장은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예정대로 연임 공식 임기를 시작할 계획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라 조 회장의 2기 체제도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계열사별 중장기 성장 토대를 닦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그룹 차원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고도화하겠다며 그룹전략, 지속가능경영부문을 확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조 회장이 신한금융투자의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를 수습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 책임을 지고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신한금융투자를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키우려던 계획이 어그러진 데 대한 후속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