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한국의 수출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중국이 ‘200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확대하면 국내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2일 이 같은 내용의 ‘최근 수출여건 개선과 회복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올해 들어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중국 경제지표 호전 추세와 반도체 단가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한국의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선진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그동안 미뤄온 투자를 재개할 유인으로 작용해 한국의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센터 증설 등 관련 투자가 증가하면 최근 반등 기미를 보이는 반도체 단가 회복이 가속화돼 수출 증가에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중 합의대로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확대하면 한국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미국과 중국은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서명했다. 중국이 2년간 미국으로부터 2000억달러어치 제품을 수입하는 게 골자다. 공산품 800억달러, 에너지 500억달러, 농산물 320억달러, 서비스 350억달러 규모다. 이를 조건으로 양측은 예고했던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기존에 부과한 추가 관세 중 일부 품목의 관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보고서는 “대미 수입 증가 약속과 관세 철회로 중국 시장에서 미국 제품에 유리한 수출 환경이 조성되면 일부 품목에서 한국과 미국 제품 간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대미 수입 확대가 우선적으로는 농산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막대한 규모의 수입 확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도체 등으로 품목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한국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미·중 간 통상 현안의 갈등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고 일본의 수출규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상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편중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산업 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