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제27대 위원장 및 사무총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동명 위원장(왼쪽 두번째)과 이동호 사무총장(왼쪽)이 경쟁했던 김만재, 허권 후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제27대 위원장 및 사무총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동명 위원장(왼쪽 두번째)과 이동호 사무총장(왼쪽)이 경쟁했던 김만재, 허권 후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눈길을 끄는 한 노동전문 매체의 설문조사가 있었다. 노사정 관계자와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을 물었는데 1위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새 위원장이었다. 2위가 문재인 대통령, 3위는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었다.

지난 21일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의 정체가 밝혀졌다. 김동명 한국노총 산하 전국화학노조연맹 위원장이 제27대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승부는 예측불허였다. 선거전이 거듭되면서 혼전이 예상됐지만 두 후보 간의 표차는 52표, 그야말로 초박빙 게임이었다.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단인 3128명이었으니 불과 1.66%의 표심이 향후 3년간의 한국노총호의 선장을 결정한 셈이다.

당초 이달 초 선거운동이 시작될 무렵만 해도 기호 1번 김만재 후보(금속노련)의 낙승을 예상하는 전망이 많았다. 김만재 후보도 김동명 후보와 마찬가지로 민주노총에 빼앗긴 제1노총 지위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기존 집행부의 운동 노선을 거의 그대로 표방하면서 김주영 위원장의 마음, 이른바 '김심'도 김만재 후보에게 가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호 2번 김동명 후보의 승리, 겨우 52표 차이였다. 김만재 후보 입장에선 중소규모 사업장 노조 한 곳만 더 포섭했어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워낙 박빙의 승부였기에 개표 직후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 일각에서도 "재검표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정작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특히 두 후보는 개표결과 직후 악수를 하며 축하와 위로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조합원 표심이 거의 절반으로 갈라졌지만 내홍이나 갈등의 분위기도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한국노총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민주노총에 제1노총 지위를 내준 위기상황에서 시작됐다. 그런 만큼 어느 후보랄 것 없이 모두 '제1노총 지위 회복'과 '강한 노조'를 주장하며 선명성 경쟁을 펼쳤다. 한국노총이 대정부 투쟁, 민주노총과의 조직경쟁에 나서면서 산업현장의 일대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초박빙의 승부였지만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패자를 배려하는 승자의 모습에서 "그래도 한국노총"이라는 평가와 함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합원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회적대화에 있어 제1노총은 여전히 성숙한 태도로 상대를 인정할 줄 아는 한국노총이다." 대통령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