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재계 총수 중에선 처음으로 빈소를 자았다. (사진 = 고은빛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재계 총수 중에선 처음으로 빈소를 자았다. (사진 = 고은빛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이틀째 조문객들이 찾고 있다. 재계 중에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제일 먼저 빈소를 방문해 애도했다.

20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는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빈소 앞엔 '부의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됐다. 빈소 밖에는 근조기와 조화 몇 개만 놓여졌다. 빈소 오른쪽엔 양승조 충남도지사의 근조기와 3개 정도의 조화가 단촐하게 마련됐다. 8시53분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보낸 근조기도 들어왔다. 롯데그룹 측은 평소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을 실천한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받지 않고 있다.

롯데가의 두 아들은 이틀째 빈소를 지켰다. 오전 7시50분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이어 8시26분이 되자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부인 조은주 씨가 굳은 얼굴로 빈소에 들어갔다.

송영덕 롯데지주 부회장도 34분께 들어갔다. 40분께엔 롯데그룹 임직원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 (사진 = 고은빛 기자)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 (사진 = 고은빛 기자)
오전 9시가 되자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더 많아졌다. 9시9분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도 빈소로 들어갔다. 황 사장은 서있는 기자들을 보고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말을 건네고, 간단히 목례를 하고 들어갔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송영덕 롯데지주 부회장은 장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도 빈소를 방문했다. 최 전 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 씨의 장녀다.
오전 9시37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곧바로 빈소에 들어갔다. 그는 침통한 얼굴로 조화를 들고 조문했다. 12분간 유족들을 위로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신동빈 회장은 돌아가는 이재용 부회장을 문 앞까지 나와 배웅했다. 두 사람은 간단히 인사만 나눴다.

이재용 부회장은 "(신격호 회장과) 생전에 어떤 관계였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 없이 자리를 떴다.

오전 10시가 되자 정치권 인사도 속속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시17분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방명록에 이름을 적은 뒤 안으로 들어갔다.

김형오 의장은 고인과 부산에서 인연을 맺은 바 있다고 언급했다. 김 의장은 "제가 부산 국회의원 당시, 노후화된 영도다리와 해안도로를 고쳐달라 신격호 회장에게 부탁한 적이 있는데, 신 회장이 흔쾌히 전액을 지원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한 세기 동안 기업을 일궈낸 정신은 남은 한국인들에게도 유산이 될 것"이라며 "불굴의 의지로 '하면 된다'를 몸소 보여주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신격호 명예회장은 전날 오후 4시29분쯤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장례는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인을 기리기 위해 그룹장으로 진행한다. 발인은 오는 22일 오전 6시로, 신 명예회장은 고향인 울산 울주군 선영에 안치될 예정이다.

고은빛/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