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사장, 창사 18년…20종 바이오·메디컬 측정장비 개발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국산화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한국과 일본 관계의 개선 여부에 관계없이 이는 앞으로도 강력히 추진돼야 할 기업의 전략이자 정부의 정책이다. 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사장은 바이오·메디컬 측정장비 20여 종을 국산화했다.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는 분야다. 올 3월까진 또 다른 장비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기업인의 도전 내용을 알아봤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마이크로디지탈(사장 김경남·52)은 바이오·메디컬 측정장비업체다. 이 회사 안에 있는 전시실엔 그동안 개발한 장비 20여 종이 진열돼 있다. 2002년 설립된 이 회사가 개발한 장비는 한 해 평균 1개가 넘는다.

이들 장비엔 공통점이 있다. 김경남 사장은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제품들”이라며 “우리는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정밀측정장비 강국인 독일 및 스위스 미국이 장악한 제품들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기계 전기 전자 소프트웨어 등 융복합기술을 필요로 하는 정밀장비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을 보자. 나비(Nabi)는 극소량의 시료를 사용해 바이오 물질의 정량 성분을 분석하는 미량흡광분석시스템이다. 유전자 분석, 단백질 정량 측정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김 사장은 “질병 감염 여부를 알아볼 때 DNA(유전자) 검사가 필수”라며 “이때 1마이크로리터(1L의 100만분의 1) 수준의 시료만으로도 DNA 검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빅(CEL BIC)은 이 회사가 기대를 걸고 있는 신제품이다.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범용 세포배양시스템이다. 오는 3월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1~1000L의 배양백을 사용하는 일회용 세포배양시스템이다. 김 사장은 “독자적인 프리 로킹(free rocking) 기술을 적용했다”며 “용량 조절이 쉽고 의약품 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규격(GMP)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세포를 배양할 때는 적정 온도 유지와 양분 공급 등 세포가 잘 증식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배양백을 시소 형태로 움직이거나 내부의 세포액을 회전시켜줘야 한다. 김 사장은 “세포액 회전을 위해선 내부에 임펠라 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우리는 모서리 네 군데의 자동 작동장치를 통해 좌우상하는 물론 대각선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프리 로킹 기술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다른 장비는 대개 대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인 반면 셀빅은 수억원의 고가 장비다.

김 사장은 도전정신이 강한 기업인이다. 서울대 공대를 중퇴하고 미국 버클리대(학사)와 노스웨스턴대(석·박사)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뒤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연구원과 세계적인 반도체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개발부장을 지냈다.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지만 국내로 돌아와 창업했다. 그가 내세운 목표는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바이오·메디컬 측정장비의 국산화’였다. 제품을 개발할 때는 외국산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지를 검토한다.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사장, 창사 18년…20종 바이오·메디컬 측정장비 개발
그의 고민은 판매다. 2018년 매출은 47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의 매출은 32억원이다. 그동안 해외 딜러 확충, 국제전시회 출품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인력도 보강했다. 마케팅과 생산인력을 포함해 최근 1년여 동안 20명 정도를 충원했다. 회사의 종업원은 약 60명에 이른다.

김 사장은 “창업 이후 개발한 것은 20여 종에 이르는데 대부분 시장 진입단계여서 아직 매출이 원하는 만큼 늘지 못하고 있다”며 “개발 제품은 모두 자식처럼 소중하지만 앞으로 마케팅은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 출시할 셀빅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