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0만 명 넘게 가입한 ‘국민 보험’인 실손의료보험의 올해 가격 인상 폭이 확정됐다. 2017년 3월 이전 판매된 실손보험은 9% 오르고, 이후에 팔린 실손보험은 9% 내린다.

과거에도 신형 실손보험은 구형보다 저렴했는데,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지자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보험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보험사에 내야 할 보험료를 아낄 수 있지만 그만큼 받을 수 있는 보험금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新실손…MRI 보장 못받고 보험금 줄어
실손 가입자 92%가 보험료 비싸져

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회사는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끝남에 따라 이런 내용의 가격 인상안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실손보험은 가입 시점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뉜다. 2009년 10월까지 판매된 구(舊)실손, 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실손, 2017년 4월부터 판매 중인 신(新)실손이다. 이 중 신실손 보험료는 이달부터 평균 9% 인하, 표준화실손은 평균 9% 인상으로 결론 났다. 구실손은 오는 4월부터 평균 9% 인상될 예정이다. 실손보험 전체 가입자의 92.6%는 구실손과 표준화실손에 가입돼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보험료를 아끼는 게 더 중요하면 신실손으로 갈아타도 좋지만, 나이가 들어 병원에 자주 가는 게 더 걱정이면 구형 상품을 끝까지 유지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실손보험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논란이 거세지자 보장 범위를 줄이고, 보험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은 올리는 쪽으로 제도가 계속 개편됐기 때문이다.

구실손은 보험료가 가장 비싼 대신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다. 실제 지출한 의료비(건강보험 본인부담금+비급여진료비)를 전액 돌려받는다.

표준화실손은 구실손보다 저렴하지만 자기부담금이 신설(10~20%)됐다. 실제 지출한 의료비의 80~90%만 돌려준다.

신실손이 가장 저렴한 것은 과잉 진료가 빈번한 3대 항목을 기본 보장에서 뺐기 때문이다.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비급여주사, 비급여MRI는 보험료를 더 내고 특약을 들어야 보장받는다. 자기부담금 비율도 10~30%로 높아졌다.

“보험사는 신실손 판매해야 이득”

영업 현장 일각에서는 보험료 절감 효과를 강조하며 ‘실손 갈아타기’를 유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신실손은 단독 가입할 수 있지만, 구실손·표준화실손은 값비싼 종합보험에 특약으로 들어가 있다. 구실손·표준화실손을 해지하면 주계약인 종합보험도 같이 해지해야 한다. 보험사로선 실손·표준화실손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신실손으로 교체를 권하면서, 다른 보험상품을 함께 팔 기회를 얻는 셈이다.

보험은 한 번 깨면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구실손과 표준화실손은 완전히 단종돼 재가입할 수 없다. B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험료가 연체돼 실효(失效)된 경우 밀린 보험료를 납부하면 살릴 수 있지만, 자발적으로 해지했다면 방법이 없다”며 “설계사에게 장단점을 모두 듣고 신중히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다만 이들 구형 실손보험은 향후 가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보험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구실손에 가입한 40세 남성의 보험료는 월 3만8000원이지만, 연평균 5% 인상을 가정하면 70세에는 월 16만5000원을 내야 한다. C화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가입자의 10%가 전체 보험금의 70%를 받아가는 구조”라며 “건강상태와 월소득에 따라 갈아타기가 이득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