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 AI가 바꾸는 세상
한경·KAIST 특별취재

왜 CES로 달려가나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행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동안 전시회의 주인공은 ‘소비자 가전’이었다.

최근 들어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 모터쇼 대신 CES에 거대한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가전·자동차 업체는 물론 항공사, 콘텐츠 업체 최고경영자(CEO) 등이 기조연설에 나선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이들을 라스베이거스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혁신의 답 찾자" 車·항공·미디어 CEO 집결…애플, 28년 만에 참가

혁신의 상징, CES

올해 기조연설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자쇼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기업인 기조연설자 9명 가운데 전자업계 대표는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이 유일하다. 전자업계 대표 대신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 회장, 에드워드 배스천 델타항공 CEO, 앨런 조프 유니레버 CEO 등이 무대에 오른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배스천 델타항공 CEO다. 항공 분야 CEO가 CES에 단독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다양한 혁신을 통해 ‘기술 기반 회사’로 변신하고 있는 델타항공의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고객 맞춤형 스마트 관광의 비전과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스마트 여행에 활용하는 방안 등을 발표한다. CES 주최 기관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CES의 5대 키워드 중 하나로 ‘스마트 관광(ICT 투어리즘)’을 선정했다.

칼레니우스 다임러 회장은 사람과 기술, 자연이 상호작용하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콘셉트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프 유니레버 CEO는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가 ‘지속가능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AI 합종연횡의 장

‘디지털 기술로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도 이번 CES에서 주목할 만한 주제다. CES 2020에서는 NBC유니버설과 퀴비 등이 넷플릭스가 독점하고 있는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두 회사 모두 올해 넷플릭스와 비슷한 형태의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애플의 참가도 눈길을 끈다. CES에 참가하는 것은 1992년 이후 28년 만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 스마트 홈 시스템인 ‘홈킷’을 선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홈’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의미다. 애플은 AI 비서 시리로 가정 내 기기들을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인 호바스 애플 프라이버시 담당 임원이 개인정보보호 책임자 원탁회의도 주재한다. 애플은 지난해 열린 CES 2019에서 아이폰의 보안성을 홍보하기 위해 “당신의 아이폰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당신의 아이폰에만 머무릅니다(What happens on your iPhone, stays on your iPhone)”라고 쓰인 거대한 옥외 광고판을 내걸었다.

구글, 아마존, 애플, 삼성 등 ‘예전의 라이벌’이 ‘동지’가 되는 상황이 연출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과 구글, 애플은 ‘음성인식 연합군’을 결성하고 있다. 이들은 IoT용 통신 프로토콜 규격 연합체인 지그비 얼라이언스와 스마트홈 기기의 개방형 통신 기준을 개발하기 위한 워킹그룹을 결성했다. 지금은 소비자가 가정용 스마트 자물쇠를 살 때 아마존 에코와 연동되는 제품을 살지, 구글 홈이나 애플 홈킷과 연동되는 것을 살지 결정해야 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통일된 통신 규격을 채택해 서로 다른 업체의 제품 간에도 호환성을 높이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라스베이거스=고재연/전설리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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