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직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 회장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를 시청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LG그룹 직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 회장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를 시청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SK그룹 신년회가 열린 2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 무대에 6명이 등장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주요 경영진도 아니었다. 신입사원과 임원, 외국인과 여성 직원 등 임직원을 대표해 나온 사람들이었다.

무대 위에 선 이들은 ‘2020년 행복경영’을 주제로 대담했다. 참석자들은 “SK를 넘어 사회, 이해관계자와 함께 나누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라며 자신들만의 ‘행복관’을 발표했다. 평소 ‘행복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최 회장은 무대 아래에서 이들의 대담에 귀를 기울였다. 신입사원이 최 회장을 대신해 토론 내용을 정리하고 올해 각오를 발표하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연초 시무식의 주인공은 ‘회장님’이라는 편견이 깨지고 있다. 무대의 주인공이 직원들로 바뀌고 형식도 확 달라졌다. 회사 강당에 임직원을 불러모으는 시무식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룹 총수가 임직원에게 디지털 영상 편지를 보내고, 모바일 영상 생중계로 직원과 실시간 소통도 한다. 젊은 총수로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된 데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주류가 된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K는 ‘회장님 신년사’가 없는 신년회를 마련했다. 대신 내외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서울 종로 SK서린빌딩 인근 식당 종사자와 기관투자가, 청년 구직자, SK에 근무하는 임직원 자녀와 워킹맘의 어머니 등이 SK에 바라는 점을 영상에 담아 소개했다.

LG그룹은 1987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준공 이후 매년 했던 시무식을 아예 없앴다. 10대 그룹 중 시무식을 폐지한 건 LG가 처음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세계 임직원에게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 ‘LG 2020 새해편지’를 보냈다. 영어, 중국어 자막도 넣었다. LG그룹 관계자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글로벌 LG 전체 구성원과 더 가깝게 소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시무식에 모바일 실시간 생중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총수 혼자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임직원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