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3월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을 분수령으로 오너가(家) 전반의 집안 싸움으로 확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남매의 난'…오너가 지분 합종연횡 촉각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3일 동생 조원태 회장에게 반기를 들면서 “다양한 주주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 등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면 내년 3월 한진칼 주총에서 '남매의 난'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내년 3월 말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을 상정할 계획이다.

자료=한진칼 주주구성, 한국경제 DB
자료=한진칼 주주구성, 한국경제 DB
그동안 재계에선 한진칼 지분구조상 조 회장 등 3남매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지분율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아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고(故)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는 부인인 이 고문(5.31%)과 조 회장(6.52%), 조 전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등 3남매에게 법정상속비율(1.5 대 1 대 1 대 1)대로 나눠졌다.

항공업계에서는 조 회장(6.52%)의 지분율과 우호지분인 '백기사'로 간주되는 미국 델타항공(10.0%)의 지분을 합치면 16.52% 수준으로 추정한다.

오너가 중에서는 조 전 부사장(6.49%) 측에는 어머니인 이 고문(5.31%)이 우호지분이 될 것으로 시장에서 점쳐진다. 동생인 조 전무(6.47%)의 지분을 합치면 지분은 18.27%에 달한다. 최근 꾸준히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매집에 나서 반도건설(6.28%)도 변수로 꼽힌다.

한진칼 주총에서는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안건으로 다뤄지게 된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 오너일가와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펀드·15.98%) 간 표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측 지분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중론이다.

올해 3월 주총에서 오너일가는 고(故) 조양호 회장과 함께 그룹경영을 총괄했던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을 두고 KCGI측과 표대결을 벌여 승리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고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이 20년 만에 실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총수 일가의 비위 논란으로 국민연금 등의 반대를 불러 연임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동의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내년 3월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주요 주주들과 손잡아 조 회장에 맞서는 구도를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한다. 이에 KCGI 측과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KCGI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반대해 온 만큼 손잡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경영과 관련해)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라며 본격적인 대결 구도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 조현아 반기 이유는…경영 복귀 원하는 듯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반기를 든 이유에 대해 경영 복귀를 미룬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물컵 갑질'로 물러났던 조 전무는 경영에 복귀했지만 조 전 사장은 지난 11월 인사에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는 대한항공 부사장,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등으로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쳤다. 사건 3년 4개월 뒤인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으나 동생 조 전무의 '물컵 갑질'과 함께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재차 물러났다.

조 회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조 전 사장의 복귀를 묻는 질문에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충실하기로 3남매가 합의했다. 둘 다 지금 그런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전 사장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조 회장이 단행한 첫 그룹 임원인사에서 임원 수를 20% 이상 줄이면서 측근이 밀려난 점도 조 전 사장이 반기를 든 이유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조 전 사장이 공을 들이던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에서 담당 임원 상당수가 물러나고 조 회장의 측근 인사가 요직을 맡게 되면서 조 전 사장이 나서게 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한 조 회장이 "항공에 주력할 것"이란 입장을 발표하면서 조 전 사장이 꾸준히 관심을 보인 비항공부문 사업의 매각 가능성이 대두된 점 역시 반기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조 전 부사장의 반기에 대해 비난 성명을 냈다. 대한항공 노조는 "조 전 부사장이 본인의 밥그릇만을 챙기기 위해 지주회사의 경영권에 대한 분쟁을 야기하는 것은 사회적인 공분만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통해 조합원과 대한항공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경영 복귀 반대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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