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23일 전면 파업을 강행했다. 지난 6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집행부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초강수’를 뒀지만, 정작 조합원의 절반 이상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노조 집행부의 무리한 파업 때문에 노사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삼성 전면파업에도…노조원 절반 넘게 출근
이날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노조의 전면 파업 결정에도 공장을 가동했다. 주간조와 야간조의 파업 불참자를 합쳐 생산라인을 돌렸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노조원(약 17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900여 명이 출근해 근무했다. 파업 참가율이 50%를 밑돌았다는 의미다.

2018년 임단협 때는 파업이 6개월 이상 이어진 뒤에야 참가율이 50%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번엔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가자마자 조합원들이 ‘투쟁 대열’에서 대거 이탈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의 무리한 파업 결정에 조합원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반복되는 파업에 피로감을 호소한 조합원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집행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노조 파업 탓에 수출 물량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수탁계약은 내년 3월 끝난다. 이후 수출 물량은 아직 배정받지 못했다. 프랑스 르노 본사가 르노삼성의 불안한 노사관계를 문제 삼고 있어서다. 르노 본사는 올해 초 크로스오버차량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부산공장에 배정할 계획이었지만, 1년 가까이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 물량이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르노삼성이 수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생산량이 반토막 나기 때문에 생산체제를 2교대에서 1교대로 바꿀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생산직 절반 가까이를 정리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조 내 ‘노노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기존 르노삼성에는 대표 노조인 기업노조(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독자 노조)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산하 노조만 있었지만, 최근 상생과 소통을 강조하는 제3노조(새미래노동조합)가 출범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