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한경DB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한경DB
관세를 두고 마찰을 빚던 미국과 중국이 13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합의 사실에 양국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돼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합의의 핵심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가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15일부터 1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관세 부과 계획을 접기로 해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기존 관세도 일부 하향조정된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어치에 25%, 1200억 달러어치에 15% 관세를 각각 부과한 바 있다. 이 가운데 25% 관세가 유지되고, 15% 관세는 7.5%로 인하된다.

중국도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중 관세를 취소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미중 양국의 입장은 여전히 온도차를 드러낸다. 미국은 아직 풀어야할 문제가 남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중국은 '원칙적' 합의에 이뤘다며 마무리 지으려는 모양새가 엿보이는 것이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초점을 맞췄던 '미국산 농산물'과 관련해서 중국은 구체적인 수치 언급을 꺼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겠다고만 밝혔을뿐 세부적인 구매 계획에 대해선 "추후 공개하겠다"는 애매한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목표치인 '500억 달러'를 넘겼다는 입장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취재진에게 기존보다 향후 2년에 걸쳐 320억달러(약 37조504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 시작되기 전인 2017년에 중국이 2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농산물을 구매했는데, 이에 더해 중국이 연간 160억달러씩, 향후 2년간 총 320억달러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는 500억 달러를 훌쩍 넘기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중국의 농산물 구매 규모와 관련해 500억달러를 언급했다. 중국의 애매한 발표와 대조적이다.

합의문 서명 일정도 명확하지 않은 분위기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내년 1월 첫째 주께 합의문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향후 내부 법률 평가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정식 서명을 위한 일정을 잡는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대목은 2단계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우리는 2020년 선거(미 대선)를 기다리기보다 즉각 2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2단계 협상을 위해서라도 기존 관세를 상당 부분 남겨둘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그렇지만 중국 측은 1단계 합의문의 이행 상황을 지켜본 뒤 2단계 협상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