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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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경기 온도’를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때인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대외 변수와 날씨 등에 영향을 받는 농산물과 석유제품을 뺀 지표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2% 올라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0.5% 상승했다. 1999년 12월(0.1%) 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올해 1~11월 근원물가 상승률(0.7%)도 1999년 같은 기간(-0.2%) 후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저물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요 위축을 꼽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낮은 건 투자와 소비 등 우리 경제의 수요 측면이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저성장과 함께 저물가 현상이 계속 심화하면 경제 활력 저하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물가 4개월 만에 상승 전환
전문가들 "디플레 우려는 여전"


무상급식·무상교복 등 복지 확대와 부동산 가격 하락도 근원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교육·보건 부문 복지정책으로 급식비 등 민간 소비로 집계되던 지출이 정부 지출로 대체되면서 물가가 떨어졌다”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집세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2%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 상승률' 외환위기 이후 최저
전체 소비자물가는 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로 1년 전(104.71)에 비해 0.2% 상승했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0.2%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줄곧 0%대에 머무르다 8월(-0.04%)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9월에는 0.4% 떨어져 사상 처음으로 ‘공식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보합세였다.

소비자물가가 상승 전환했지만 디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가가 수요 회복이 아니라 채소류 가격 상승과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에 힘입어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가을 잦은 태풍으로 채소류 공급이 줄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며 “지난해 11월 시행된 유류세 인하 기저효과 때문에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에 끼치는 영향도 지난달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물가는 지난 1월부터 11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다. 196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대 기록이 확실시된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1%에 못 미쳤던 해는 외환위기 때인 1999년(0.8%)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위축된 2015년(0.7%) 두 차례뿐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