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 업체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자본·업무제휴에 합의했다. 중국의 양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의 합병 법인도 최근 출범했다. 세계 1, 2위 조선사 간 결합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조선업계에 ‘덩치 키우기’ 바람이 불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重·대우조선 결합' 안팎으로 힘겨운 항해
1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이마바리조선과 JMU는 공동으로 자본을 출자해 선박 설계를 담당하는 회사를 설립하고 생산 효율화 작업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양사는 일본 정부의 독점규제 승인 절차를 거친 뒤 최종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출자 비율과 제휴 내용은 내년 3월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일본 조선업계가 제휴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은 한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 수주 실적 탓이다. 일본은 그동안 중소 조선사가 시장을 움직여왔다. 이 때문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대형 선박 건조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일본 조선사의 올해(1~10월) 선박 수주는 23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감소했다. 한국(695만CGT)과 중국(611만CGT)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마바리조선(525만CGT)과 JMU(216만CGT)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량(남은 일감)을 합치면 741만CGT로 현대중공업(1114만CGT)을 바짝 뒤쫓게 된다.

중국도 매머드급 조선사를 앞세워 한국 추격에 나섰다. 중국 1위 조선사인 CSSC와 2위 업체인 CSIC가 합병한 중국선박공업그룹(CSG)이 지난달 26일 출범했다. 147개 연구기관과 계열사를 거느린 CSG는 직원 수만 31만 명에 이른다. 총 자산 규모는 7900억위안(약 133조원)에 달한다. CSSC의 지난해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11.5%다. 7.5%인 CSIC와 합치면 글로벌 조선시장의 19%를 차지한다. 현대중공업(13.9%)의 대우조선해양(7.2%) 인수 시 세계시장 점유율(21.9%)과 맞먹는다.

글로벌 조선시장 패권을 놓고 한·중·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중국·일본·유럽연합(EU)·싱가포르·카자흐스탄 등 여섯 곳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현재 카자흐스탄에서만 승인을 받았다. 경쟁법이 가장 엄격해 기업결합 승인의 핵심 국가로 꼽히는 EU에서는 내년 상반기께나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와중에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집행위원회를 찾아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 반대 집회를 열었다. 법인 분할 무효 소송을 낸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을 벌이고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한국도 인수합병(M&A)과 합작사 설립 등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