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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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손해보험사 '빅 4'(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수익(1~9월)이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하며 휘청거리고 있다. 메리츠화재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빅4'를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 빅4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38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 감소했다.

삼성화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8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1% 줄었고,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2362억원으로 33.9% 감소했다. DB손보는 27.2% 줄어든 3287억원으로 집계됐다. KB손보 역시 10.3% 쪼그라든 2339억원을 기록했다.

손보 빅4가 일제히 우울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 반면 메리츠화재는 장기 인보험 비중을 높인 덕에 KB손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 장기 인보장 신계약 매출이 40.5% 증가하며 본질적인 이익 성장을 냈다.

손보 빅4의 실적 악화 주범은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가운데 고객에게 내준 보험금의 비율로 적정 수준보다 높으면 보험사가 영업손실을 보게 된다.

손보사들은 올해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했지만 손해율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이들 보험사의 9월 말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KB손보가 92.6%로 가장 높았고 이어 △DB손보 92.5% △현대해상 92.2% △삼성화재 90.3% 순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78%로 알려졌으나 대부분의 손보사가 90% 이상을 기록 중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내년 2분기부터 완연한 손해율 개선 흐름이 예상되지만 장기 위험손해율 및 사업비율은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하반기부터 업계를 괴롭혀 온 구조적 손해액 증가는 이미 손해율 상승에 대부분 반영된 반면 지금까지 두 차례 단행한 요율 인상은 올해 말부터 내년 연중 손해율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게다가 한 차례 더 요율 인상에 성공한다면 손해율 개선은 2021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시적인 개선이 예상되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장기 위험손해율과 사업비율은 아직 개선을 말하기 이른 상황이다. 업계는 최대폭의 실손 요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갱신주기를 고려할 때 요율 인상이 위험보험료 증가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위험손해율 상승의 주범은 의료비 풍선효과로 인한 손해액 증가"라며 "손해율 개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보험 요율 인상이지만 의료계, 정부정책 등 관련 분야의 구조적 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실손의료보험의 근본적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