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미 동부시간) 뉴욕증시는 요동쳤습니다. 미·중 무역합의 지연으로 하락세로 출발한 지수는 낙관론이 조금씩 힘을 얻으며 오름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오후 1시56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중 논의가 농산물 구매를 놓고 난관에 부딪쳤다’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서에 미국산 농산물 구매 규모를 액수로 확정해 표기하는 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또 미국이 요구하는 강제 기술이전 제한 및 무역합의 이행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작년 10월 허드슨 연구소에서의 연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작년 10월 허드슨 연구소에서의 연설
이 뉴스는 15분만에 다우 지수를 거의 100포인트 가까이 떨어뜨렸습니다. 다행히 하루만에 1000만명 넘게 디즈니+ 가입자를 확보한 디즈니, 아마존을 통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나이키가 급등해 주요 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덕분에 다우는 92.10포인트, 0.33%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07% 상승했습니다. 다만 나스닥 지수는 0.05%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이번주에 만난 한 월가 투자자는 미중 합의 관련 재미있는 얘기를 전했습니다.

지난주 나온 중국의 무역통계를 보면 10월 미국산 대두 구매량은 618만톤으로 지난 3월 이후 가장 적었고, 전달인 9월의 820만톤에 비하면 24.6%나 감소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알리바바의 광군제 판매액은 작년보다 25% 늘어난 2684억위안에 달했고, 중국의 10월 수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0.9% 하락하는 데 그친데다 10월 차이신 종합 구매관리자지수는 52.0으로 9월 51.9보다 상승하는 등 경제가 예상보다 안정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즉 중국이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는 여유가 생겨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농산물 구매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무역합의가 좀 더 더 삐걱대거나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미중 무역합의 난항 소식에 주춤한 뉴욕 증시
미중 무역합의 난항 소식에 주춤한 뉴욕 증시
다만 양국간 합의가 깨질 것으로는 보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광군제 판매액이나 10월 경제 지표는 양국이 무역합의에 이를 것이란 낙관론이 퍼진 상황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도 합의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홍콩 시위와 관련해 침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무역합의를 앞두고 홍콩 문제로 중국을 화나게 만들기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 이번주 홍콩 사태가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수준으로 격화되고 있지만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별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연설에서 중국이 홍콩의 권리와 자유를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던 강경파입니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5일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8일엔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강연에서 “중국 공산당이 자국민을 억압하고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