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은 지난 9월 말 ‘캐시미어 100% 니트’를 내놨다. 이 백화점이 직접 기획한 자체상표(PB) ‘유닛’을 붙여 팔았다. 이 제품은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5만 장 넘게 팔렸다. 패션업계에선 한 상품이 월 1만 장만 팔려도 ‘대박’이라고 한다. 판매량 5만 장은 ‘초대박’에 든다. 2017년 겨울 ‘롱패딩 열풍’을 주도한 ‘평창 롱패딩’도 판매량은 3만 장 수준이었다. 춥지 않은 날씨 탓에 올가을 장사를 망친 백화점업계에 이 제품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

한달새 5만장…대박난 '롯데百 캐시미어 니트'
20만 장 한꺼번에 주문해 단가 낮춰

첫 번째 인기 비결은 저렴한 가격이다. 캐시미어는 비싼 소재다. 살아있는 산양의 털을 빗질하듯 뽑아내야 해 생산량이 많지 않다. 캐시미어 니트를 많이 판매하는 띠어리, 타임 등 컨템퍼러리(준명품) 브랜드 제품은 30만~40만원 한다. 롯데백화점 PB운영팀은 작년 9월 ‘캐시미어를 누구나 입을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내놓자’는 목표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목표 가격부터 정했다. 소비자가 어느 정도면 저렴하다고 생각할지 조사했다. 가장 싸고 많이 팔리는 캐시미어 니트를 찾았다. 유니클로였다. 유니클로는 여성용 8만9900원, 남성용 9만9900원이었다. 이보다 100원이라도 싸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여성용 8만8000원, 남성용 9만8000원으로 가격을 정했다.

가격을 결정한 다음 소재를 찾아 나섰다. 전 세계 캐시미어 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 네이멍구로 날아갔다. 한 중국계 기업에 “20만 장 니트를 생산할 분량을 한꺼번에 주문할 테니 가격을 시세보다 20% 싸게 달라”고 제안했다. 상대 측은 “일시불로 현금으로 달라”는 역제안을 했다. 롯데는 이를 받아들였다.

디자인까지 마친 롯데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니트를 제조하는 마하니트 한 곳에 생산을 맡겼다. 단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었다. 마하니트는 기존 베트남 공장 이외에 미얀마에 추가로 공장을 빌려 물량을 4개월 만에 생산했다.

한달새 5만장…대박난 '롯데百 캐시미어 니트'
37가지 색상으로 눈길 끌어

가격뿐 아니라 다양한 색상과 사이즈도 유닛 판매에 도움이 됐다. 롯데백화점의 캐시미어 니트는 37가지 색이 있다. 빨강 주황 다홍 베이지 등이다. 차별화 포인트였다. 다른 패션 브랜드는 잘 팔리는 검정 회색 베이지 등 3~4개 색상만 집중적으로 내놓는다. 다양한 색상의 니트를 매대에 올리자 사람들 눈길을 끌었다. 구매하지 않더라도 한 번씩 둘러보고 가는 사람이 많다.

김준경 롯데백화점 PB운영팀 치프바이어는 “베이지, 블랙 등 원래 잘 팔리는 색상이 매출을 주도하고 있으나 주황, 빨강 등 튀는 색상도 잘 나간다”며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과감한 색상을 시도해 보는 소비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이즈는 여성은 55부터 88까지, 남성은 95부터 110까지 있다.

경영진의 전폭적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당초 PB운영팀은 5만 장 생산을 계획했다. 적지 않은 물량이었다. 하지만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 등은 일본 등에서 니트가 크게 유행하는 만큼 제작 규모를 늘려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시즌에는 100% 캐시미어 코트, 바지, 치마 등으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