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편중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반도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제12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온 진 사장의 그간 행보를 감안할 때 ‘의외의 발언’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올 3분기(7~9월) 실적이 차례로 공개되면서 산업계 안팎에선 진 사장의 발언 배경에 대해 ‘공감한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인텔 등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시황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보니 D램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5兆 vs 3.4兆…반도체 코리아 '실적 수모'
영업이익률 26%포인트 격차

28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영업이익 컨센서스(이달 보고서를 낸 10개 증권사의 추정치 평균값)는 3조3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3분기 50%를 웃돌았던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20.1%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사업부별 실적 확정치를 공개한다.

지난 24일 확정 실적을 공개한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영업이익 4726억원을 거뒀다. 13분기 만에 처음으로 5000억원을 밑돌았다. 영업이익률은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업체의 ‘경쟁자’인 인텔, 대만 TSMC 등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 인텔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1분기 26.1%에서 3분기 33.3%로 올랐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전문 기업 TSMC는 3분기 영업이익률이 36.8%까지 치솟으며 작년 수준(37.2%)에 육박했다. TSMC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4조1433억원(1079억대만달러)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을 추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99% 육박하는 메모리 의존도 낮춰야

한국과 해외 업체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린 것에 대해 사업 구조의 영향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전체 반도체 매출의 84.1%에 달했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매출 비중은 98.5%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이 2017년 8월 고점 대비 약 50%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인텔과 TSMC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이 핵심이다. 인텔은 한국 업체 대비 제품군이 다양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TSMC는 파운드리만 하고 있지만 고객군이 미국 애플과 퀄컴, 구글, 중국 화웨이 등 다양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다양한 제품군과 고객을 보유한 덕분에 특정 제품의 가격 급락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메모리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제품 다변화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학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인공지능(AI)칩, 파운드리 등에 꾸준히 투자해 균형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