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 냉난방 설비 박람회인 ‘2019 AHR 엑스포’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경동나비엔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북미 최대 냉난방 설비 박람회인 ‘2019 AHR 엑스포’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경동나비엔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국내 보일러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매년 120만 대 수준을 기록하는 시장 규모는 세계 2위에 해당할 정도로 작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수출시장 공략도 여의치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인증 규격이 달라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해외로 판매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성장해온 보일러산업이 맞이한 딜레마였다. 경동나비엔은 배기가스에 숨은 열을 한 번 더 흡수해 사용하는 ‘콘덴싱 기술력’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에 관심이 높아진 글로벌 소비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콘덴싱 기술 개발

경동나비엔이 지난 7일 선보인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NCB500’.
경동나비엔이 지난 7일 선보인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NCB500’.
경동나비엔은 1988년 아시아 처음으로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했다. 콘덴싱 기술은 배기가스에 숨은 열을 한 번 더 흡수해 에너지 사용을 최대 28.4%까지 줄일 수 있다. 질소산화물을 일반보일러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미세먼지 발생도 크게 줄인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낮춰 대기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경동나비엔은 콘덴싱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도 앞장서고 있다. 해외에서 가장 대표적인 온수기 시장은 연간 1000만 대 규모를 갖춘 북미 지역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온수를 다량 사용하려 하고 친환경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저탕식 온수기 사용이 일반화된 북미 시장에서 경동나비엔은 고효율의 콘덴싱 가스온수기를 선보이며 ‘친환경’이라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2012년에는 현지 가스 인프라에 맞게 낮은 가스압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콘덴싱 온수기인 ‘NPE’를 내놨다. 뒤이어 보일러 시장에서도 콘덴싱 제품을 출시했다. 경동나비엔은 콘덴싱 불모지였던 북미에 지난해까지 100만 대 규모 콘덴싱보일러와 온수기를 판매하는 등 콘덴싱보일러와 온수기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러시아 등 보일러시장 선도

러시아 시장에서도 뛰어난 기술력과 현지화를 토대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유럽 브랜드가 선점한 러시아에서 후발주자인 경동나비엔은 단시간에 소비자 신뢰를 얻었다. 현지 기후와 난방 인프라를 분석해 강풍과 낮은 가스압, 불규칙한 전압에서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보일러를 내놓은 덕분이다.

경동나비엔은 2016년과 지난해 러시아 국민 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올해의 기업상’도 수상했다.

보일러와 온수기 시장에 확산하는 친환경 트렌드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겠다는 게 경동나비엔의 목표다. 유럽은 2015년 새로운 에너지 효율 기준을 내놓고 열효율 86% 이하의 제품 판매를 막았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에 대한 기준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베이징을 시작으로 질소산화물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는 보일러만 사용할 수 있도록 친환경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 주도로 석탄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석탄개조사업을 하면서 점차 친환경 보일러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4월부터 콘덴싱보일러 사용을 의무화했다.

경동나비엔은 새로운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제품인 ‘NCB500’ 시리즈를 출시했다. 높은 에너지 효율뿐 아니라 크기도 기존 대비 20% 작아 설치와 사용이 편리하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