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의 ‘버팀목’인 소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 충격, 그리고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꾸준히 증가하던 소비가 지난달 꺾어진 것입니다.
여기에 일부에선 내년 1월부터 본격적 관세 충격이 소비에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월별 소매판매 추이
미국의 월별 소매판매 추이
지난 16일 발표된 9월 소매판매는 예상됐던 전월대비 0.2~0.3% 증가가 아니라,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인은 자동차 판매, 그리고 휘발유 판매가 줄어든 겁니다. 이유는 다 있습니다. 자동차 구매는 지난 8월 예상보다 높은 1.9% 급증했었다가 9월 0.9%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이는 전달에 소비가 몰렸던 것일 수 있습니다. 또 휘발유 판매가 0.7% 감소했는데 이는 유가가 하락해 같은 양을 소비해도 소비액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렇다고 미국 경제가 건강한 건 아닙니다. 올해 2분기 소비는 4.2% 증가했었습니다. 또 지난 3분기는 1.5% 증가했는데 이에 비하면 9월은 크게 악화된 것이죠. 다만 자동차와 휘발유를 뺀 근원 소매판매는 전월과 같았다는 점에서 우려는 되지만 침체가 목전에 왔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는 게 월가의 전반적 분석입니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67%를 차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9월 소매판매가 줄면서 경제 예측기관들은 3분기 GDP 성장률을 일제히 낮추고 있습니다.

이달 초만 해도 대부분 2% 초반을 봤는데, 지금은 1% 중반으로 내다보는 시각입니다. 확연히 성장세가 느려진 것이죠.

이번 소비 둔화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관세 탓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9월 1일 112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 관세를 새로 부과했습니다. 이게 대부분 소비재여서 일부 부담이 벌써 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내년 1월께면 소비가 상당폭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 올라간 관세와 오는 12월에 예고된 관세율 인상분(25->30%)가 11월 블랙프라이데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 등이 끝나고 난 뒤 소비자 가격에 대대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예상입니다.

블랙프라이데이~크리스마스에 이르는 미국 최대 쇼핑철은 통상 유통업계가 한 해 매출의 절반을 거두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홀로 가격을 올렸다가 매출 감소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참고 있다는 것이죠. 또 그동안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수입해 쌓아놓은 물량도 상당합니다.
미국의 분기별 GDP 증가율
미국의 분기별 GDP 증가율
하지만 이 연말 쇼핑철이 끝나는 시기는 가격 조정에 매우 유리한 때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상적 가격이라는 개념이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를 지나면서 엄청난 할인율로 인해 무너지는 데 1월에는 다시 가격이 정상화된다. 통상 이 때 제조업체나 수입업체,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위안화가 급락했지만 이는 미국의 수입 가격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환율 절하분만큼 수출단가를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의 9월 수입물가가 한 달 전보다 0.2% 상승했습니다. 대부분 수입 석유 가격의 상승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지만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수입물가도 전월 대비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수입물가에는 관세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업체들이 위안화 절하 및 관세 상승 등을 이유로 중국 제조업체에 단가 인하를 요구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인건비 상승, 주문량 감소 등을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중국 업체들은 무역전쟁 탓에 매출은 줄어도 환율 절하로 인해 이익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