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물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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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빈폴이 '한국적 클래식 브랜드'로 재탄생한다. 삼성물산이 정구호 디자이너와 함께 다시 합을 맞춰 글로벌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 공략에 나선다.

정구호 삼성물산 패션 부문 컨설팅 고문은 15일 "빈폴을 우리나라만의 정서와 문화, 철학을 바탕으로 '헤리티지' 브랜드로 재탄생시키겠다"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를 모토로 브랜드를 개편했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빈폴의 브랜드 개편 프로젝트 '다시 쓰다'(Rewrite)에 대해 "30주년을 맞아 해외가 아닌 우리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브랜드 '구호'로 인연이 깊은 정 고문을 지난 5월 빈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및 컨설팅 고문으로 재영입했다.

빈폴은 1989년 3월 11일 론칭한 삼성물산의 대표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다. 최근 밀레니얼 및 Z세대가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점을 고려해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

새 빈폴은 한국 전통문화와 서양 문물이 만나 토착화되는 과정을 거친 1960~1970년대를 담아내고 있다. 빈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는 한편 한국의 자랑스런 문화와 자긍심을 상품뿐 아니라 매장, 서비스 등에 세련되게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사진=삼성물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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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고문은 "해방과 전쟁 후 들어온 서양문물이 한국 정서에 맞게 토착화한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며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살리기 위해 한글 디자인뿐 아니라 당시의 건축과 생활공간 등을 모티브로 한 현대적인 스타일의 상품과 매장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빈폴의 대표 상징인 자전거 로고에도 손을 댔다. '세상을 움직이는 두바퀴'의 철학을 바탕으로 바퀴가 큰 자전거의 형태는 유지했다. 대신 시대를 반영해 과거 톱해트를 썼던 로고의 남성 운전자는 캡모자를 써 젊은 느낌을 준다. 이와 함께 여성과 어린이 로고까지 자수와 프린트로 재탄생됐다.
[현장+] 정구호가 다시 쓴 '빈폴'…'30살 자전거' 글로벌 도전
한글 로고를 새로 만든 점도 특징이다. '빈폴 전용 서체'를 만들고, ㅂ, ㅍ 등의 자음을 통해 빈폴 만의 독창적인 체크 패턴을 선보였다.

상품과 로고 뿐 아니라 매장 등도 완전히 바꿔 2020년 봄·여름(S/S) 시즌부터 적용한다. 매장의 경우 1960~1970년대의 가정집과 아파트 등 건축 양식을 모던하게 변경해 마루,
유리, 조명 등으로 구성했다.

개편을 거친 빈폴은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2023년까지 북미와 유럽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브랜드가 출시된 1989년 3월 11일을 주제로 한 글로벌 전용 상품 '팔구공삼일일'(890311) 라인도 소개했다. 당시 공장직원, 버스 기사의 유니폼과 럭비선수들이 입었던 운동복에서 영감을 받은 상품군이다.

박남영 빈폴사업부장(상무)은 "기존 고객은 물론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밀레니얼 및 Z세대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적 독창성을 토대로 글로벌 사업 확장의 초석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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