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고도로 전문화된 인재를 배출해야 하는데 우리 교육은 전혀 이런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하향 평준화만 심해지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2011년 제30회 다산경제학상을 받은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특임교수는 한국의 교육정책과 실태를 두고 이렇게 한탄했다. 정 교수는 “특히 대학이 문제인데 정부는 대학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 QS가 지난 6월 발표한 ‘세계 대학 평가’를 보면 한국은 40위권에 서울대(37위) 하나만 이름을 올렸다. 중국(3곳), 일본(2곳)은 물론 홍콩(2곳), 싱가포르(2곳)보다 적다. 졸업생 평판도는 이보다 못해 서울대가 기록한 45위가 최고 순위였다. 세계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어느 대학 졸업생을 채용하길 원하느냐’고 물어봐서 낸 순위다.

교육에 대한 우려는 정 교수 한 명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경제신문이 다산경제학상 수상자 출신 11명의 경제 석학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분 전문가가 “교육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지홍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사회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교육은 과거 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고급 인재 양성의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할 대학이 각종 규제에 막혀 혁신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와 이를 소비하는 학생, 학부모들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대에 역행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폐지 등 교육 하향 평준화 정책은 잠재성장률을 깎아먹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계속 이런 식이면 차라리 교육부를 없애는 게 낫다”며 “정부는 지방교육청과 국가교육위원회 정도 조직에서만 교육에 관여하고 학교와 학부모의 자율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