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석학들은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등장한 마이너스 물가를 놓고 “국제 유가와 농산물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정부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평가다.

디플레 '강력 경고'한 석학들…2명은 "이미 디플레 초기 국면"
다산경제학상 수상자 11명 가운데 8명(73%)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2명(18%)은 ‘디플레이션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답했다. 모른다고 응답한 1명을 제외한 10명이 모두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0.04%(전년 동월 대비), 9월 -0.4%로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물가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물론 석학들은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됐다고 진단하기는 다소 성급하지만 최근 경기 흐름을 보면 디플레이션으로 번질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고 답했다. 총수요가 줄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유가·농산물 가격 하락 등 공급 측면의 영향으로 물가가 떨어졌다고 말하지만 수요도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며 “유동성이 넘쳐나지만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가계와 기업이 현금을 움켜쥐고 소비와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투자·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경우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은 한층 커질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특임교수는 “제조업 기반이 급격하게 약화되면서 디플레이션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내려도 경기 진작 효과가 없다면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