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일본차 판매가 3개월째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판매량은 1년 전의 40% 수준으로 떨어졌고, 시장점유율도 3분의 1가량(15.9%→5.5%)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장기화하면서 일본차 업체들이 끝없는 ‘불황의 터널’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NO 일본車"…랜드로버에도 밀린 렉서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4일 발표한 ‘수입 승용차 9월 등록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에 신규 등록된 일본 승용차는 1103대로 작년 같은 달(2744대)보다 59.8% 급감했다. 이 같은 판매 부진은 지난 7월 일본차 불매 운동이 시작된 이후 3개월째 이어졌다.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면 판매량은 7월 -17.2%, 8월 -56.9%로 감소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고공 행진을 이어오던 렉서스도 날개가 확 꺾였다. 지난달 국내에서 팔린 렉서스 차량은 469대다. 7월 982대, 8월 603대에서 판매량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 판매 순위에서도 8월 6위에서 9월 8위로 두 계단 떨어졌다. 급기야 초고가 브랜드인 랜드로버(7위)에도 밀려났다. 렉서스가 월별 판매량에서 랜드로버에 뒤진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에 처음이다.

다른 일본차 브랜드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9월과 지난달 판매를 비교하면 도요타자동차는 61.9%(374대), 혼다자동차는 82.2%(166대), 인피니티는 69.2%(48대), 닛산은 87.2%(46대) 각각 급감했다. 도요타(10위)를 제외한 일본차 브랜드들은 판매순위에서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14위)보다도 밀렸다.

일본차가 주춤하는 사이 다른 수입차 업체들은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달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 수입차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였다. 지난달 판매량은 7707대로 1년 전보다 296.7% 뛰었다. 한국에서 팔린 수입차 10대 중 약 4대(38.2%)가 벤츠였다. 월별 판매량만 놓고 보면 지난해 3월(7932대) 이후 1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한국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도 르노삼성자동차(7817대)보다 약간 적을 뿐 쌍용자동차(7275대)와 한국GM(5171대)보다 많았다.

2위 BMW는 지난달 4249대를 팔았다. 1년 전보다 107.1% 증가한 규모다. 작년 잇따른 차량 화재 사고로 판매가 급감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3위 아우디의 지난달 판매량은 1996대로 전년 동월보다 16.0% 증가했다. 전월보다는 873.7% 늘어난 규모다. 차량 인증 문제로 차를 팔지 못하다가 올해 들어 물량이 풀리면서 숨통이 트였다.

독일차 브랜드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체 수입차 시장은 침체를 겪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에서 팔린 수입차는 16만7093대로 전년 동기보다 15.2% 줄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때 수입차업계 ‘빅4’로 불렸던 렉서스까지 불매 운동 여파에 맥을 못 추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차를 외면하는 사이 다른 수입차 업체들은 치열한 점유율 확보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