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등의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 재정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선심성 정책이 급증한 탓이란 지적이다.

고용보험은 지난해 10조7696억원 수입에 11조5778억원 지출로 808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8년 만의 마이너스였다. 내년에는 이 규모가 1조4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새로 추가된 지출 항목이 많은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우선 5인 이상의 중소·중견기업이 청년 한 명을 추가 고용할 때마다 연간 최대 900만원씩 3년간 지원하는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이 고용보험 재정에서 빠져나간다. 청년을 새로 뽑아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3년간 1인당 최대 750만원을 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 기업지원금 사업’도 추가됐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새로 생긴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부담도 더해졌다. 노동시간 단축의 영향으로 근로자를 신규 고용한 기업에 최대 월 1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용노동부 실무자조차 “고용보험 제도가 너무 복잡해졌다”고 토로할 정도다.

최저임금 상승도 재정 악화의 요인이다. 이달부터 고용보험료율이 종전 1.3%에서 1.6%로 오른 것은 오로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최저임금 변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요식업과 도·소매업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 및 실업급여 지급 수요가 급증했다.

고용보험에 투입하는 국가 지원금도 급증세다. 작년 902억원에서 올해 1402억원, 내년 5802억원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문제는 고용보험 사업 중 세금으로 지원하는 항목 자체도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고용보험 사업 중 육아휴직급여, 출산휴가급여 등 ‘모성보호사업’에 대해서만 재정으로 보조해왔다. 내년에는 일자리 사업을 중심으로 4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가 고용보험 재원을 활용해 일자리 사업의 종류와 규모를 늘려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모성보호 이외 분야에서 정부 재정이 집행되는 건 종전까지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며 “2022년 이후에는 고용보험 지출과 재정 지원이 어떻게 이뤄질지 추산하기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