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한 알 먹고 싶으면 항구에 있는 식당에 이틀 전쯤 예약을 해야 해요.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요. 뱃사람들 이가 다 누런색이에요. 바닷물을 정수해 식수로 쓰다 보니 생기는 일이죠.”
지난 추석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인 해상 직원들을 격려 방문한 이명우 사장.
지난 추석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인 해상 직원들을 격려 방문한 이명우 사장.
바다에 나가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들이다.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의 ‘현장 경영’은 선원들을 만나며 시작됐다.

그는 “수산업은 미래 인류의 식량을 책임지는 사업이자, 민간 외교의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동원을 창업한 김재철 명예회장이 그랬듯 단순히 고기를 잘 잡아 돈을 버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원양어업은 고기잡이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더 좋은 인재를 모아 성장시키고, 오래 머물게 해야 한다. 그는 “원양어업은 고소득 직종이지만 수산을 전공한 젊은이들이 병역 특례를 마치면 절반 이상 다른 업종으로 옮겨간다”며 “인력 부족 때문에 한국 수산업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했다.

이 사장 취임 이후 동원산업의 배는 다른 나라 선원들이 부러워하는 배가 됐다. 1년 내내 생수가 공급되고, 모든 선박에 와이파이가 설치됐다. “젊은 선원들은 인터넷이 안 터지면 여자친구와도 단절되고 감옥 비슷하게 느끼지요. 선원들을 내 가족이라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김치도 보내고, 생수도 보내게 된 겁니다.”

소통 경영은 현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는 ‘공유 정신(shared spirit)’을 전사에 직접 작성, 배포해 교육한다. 감사 나눔운동을 도입해 정착시켰고, 일반 직원과 소통하는 ‘주니어보드’도 만들었다. 이 사장은 “톱다운의 소통 방식은 쉽고 빠르지만, 지속가능경영을 하려면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장과 직원이 하나의 정신으로 일하고, 이렇게 변화된 역량이 축적되면 숫자(경영실적)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제너럴 매니저’에 가깝다고 했다. 조직과 전략 인사 마케팅 모두를 경험하고 학습했기 때문이다. 경영 관련 서적 <적의 칼로 싸워라>의 저자이기도 한 이 사장은 동원 내부에서 “어떤 업종을 맡아도 조직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