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품 국산화 절호의 기회"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 장비·부품·소재 국산화의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과거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반도체용 웨이퍼, 디스플레이 유리 등을 옮기는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 라온테크의 김윤경 대표(사진)는 지난 26일 경기 수원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일본 업체에 맞서 진공상태에서 웨이퍼를 이송하는 로봇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산화한 기업이다.

김 대표는 과거에도 정부 및 대기업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책임 문제에 민감한 산업 현장의 실무진(엔지니어)에까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었는데 최근엔 이들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반도체 웨이퍼 한 장이 500~700개 공정을 거쳐 완성되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쓰는 것은 리스크가 큰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해외 제품보다 국산 제품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공정한 기회를 잘 주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반도체업계와 학계 등이 모여 정부 주도로 소규모 팹(Fab)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도체 대기업의 대규모 생산시설에서 실험하는 대신 정부가 인증한 팹에서 제품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보장해주기만 해도 중소기업 제품이 현장에 확산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김 대표는 대우중공업(현 두산인프라코어) 로봇개발팀 동료 두 명과 함께 2000년 라온테크를 설립했다. 현재 생산하는 반도체 이송용 로봇은 깎거나 금속 물질을 입히는 공정에서 웨이퍼를 이동해주는 역할을 한다. 오차 범위가 0.5㎜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하게 제작된다. 이들 로봇은 주성엔지니어링, 테스, 원익IPS 등 반도체 생산장비 업체에 우선 공급된 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대기업에 최종 납품된다. 올해부터는 중국 생산라인에도 사용되고 있다. 로봇 팔이 4개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쿼드 진공 로봇은 이 회사의 차세대 주력 상품이다.

김 대표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한국이 세계 1등이지만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선 점유율이 10%도 안 된다”며 “외국 제품에 너무 의지하지 말고 ‘반도체 칩-장비-부품’으로 이어지는 국산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져 함께 성장해야 리스크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라온테크는 직원 수가 77명으로 지난해 매출 243억원을 기록했다. 이노비즈협회 회원사인 이 회사는 내년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수원=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