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는 특별할 게 없는 메뉴다. 집에서도 해 먹기 쉽고, 골목길 백반집이나 김밥가게에서도 판다. 백채김치찌개는 이 김치찌개라는 메뉴 하나로 전국에 150개 가맹점을 두고 있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비결은 단순하다. 김치와 돼지고기라는 김치찌개의 핵심 요소에 집중하고 가맹점 부담을 최소화한 것. 이 회사는 최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투자를 유치했다. 가맹점주를 주주로 참여시키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모델 실험에 나섰다.
백채김치찌개가 크라우드 펀딩에 나선 이유
가맹점주를 위한 입지와 메뉴

백채김치찌개 운영회사는 심플에프앤비. 대학 동기 박병진(34)·양형석(33) 공동대표가 2013년 시작했다. 첫 점포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여관건물 1층에 냈다. 당시 메뉴는 다섯 가지였다. 1인분·보통(2~3인분)·중간(3~4인분)·곱빼기(4~6인분)와 계란말이. 실제로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가 전부였다. 주문하면 찌개와 밥만 나왔다. 반찬은 따로 없었다. 대신 김치찌개의 ‘본질’에 집중했다. 돼지고기를 듬뿍 넣었다. 세숫대야 같은 찌개 그릇 안에는 ‘손바닥만한’ 돼지 목살 두세 덩이가 통째로 들어간다. 지금도 점포마다 ‘고기를 아끼면 우리는 망한다’는 팻말이 걸려 있다. 고기 질에도 신경 썼다. 선진포크, 도드람 등 국내산 브랜드만 사용한다.

입소문이 나며 가맹점을 내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원칙을 세웠다. 번화가 대신 주거지역, 대로변 대신 골목길을 입지로 택했다. 규모는 23~26㎡(7~8평) 안팎. 임차료를 줄여야 1인당 7000원짜리 메뉴를 팔아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맹점을 열고 싶다는 이들로부터는 한 달에 20만원만 받기로 했다. 매출과 상관없는 고정 로열티 제도를 운영하자 가맹점 수는 급격히 늘었다. 별다른 광고나 가맹점 모집을 하지도 않았지만 백채김치찌개 매출은 2016년 10억원에서 지난해 7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백채김치찌개가 크라우드 펀딩에 나선 이유
본사 이익을 가맹점주 소득으로

심플에프앤비는 이달 중순 와디즈를 통해 백채김치찌개 투자금 1억3800만원을 유치했다.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약 5000만원)은 백채김치찌개 점포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에게서 나왔다. 박 대표는 “가맹 사업의 특성상 본사와 가맹점 간 이해관계가 부딪쳐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사 이익이 점주의 소득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고민하다 크라우드펀딩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펀딩에 참여한 점주들에게는 월 20만원인 가맹비를 5만원 깎아주기로 했다.

심플에프앤비는 투자지원금으로 백채김치찌개의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다음달에는 김치찌개용 절임배추를 출시한다. 이후 반찬용 김치 개발 및 판매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김치찌개의 주재료인 김치를 상품화하기 위해 김치 공장도 세웠다. 매일 10t 분량의 김치를 담글 수 있다. 백채김치찌개 가맹점은 2023년까지 지금의 세 배 수준인 45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심플에프앤비는 피자·파스타 전문점 ‘이태리상회’를 연 데 이어 올해 안에 감자탕과 뚝배기 브랜드도 선보일 계획이다. 박 대표는 “백채의 성공 경험을 다양한 외식업종에 적용해나갈 것”이라며 “식자재 제조부터 매장 관리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체인을 구축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