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A사는 기업은행의 디지털 경영지원 플랫폼 ‘박스(BOX)’에서 제품을 무료로 홍보하고, 고객 주문을 받는다. 온라인 쇼핑몰에 상품을 등록하는 것부터 판매하는 것까지 모두 박스로 해결한다. 자체 관리시스템이 열악해 허덕이던 것은 옛말이다. A사처럼 박스를 활용해 경영체계를 효율화하는 중소기업이 하나둘 늘고 있다.

박스는 기업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중소기업 전문 플랫폼이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경영상담, 구인 등 경영활동 전반을 지원한다. 플랫폼 이름도 기업 경영지원 전문가(Business Operation eXpert)라는 뜻을 담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력, 정보력,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며 “‘박스를 활용해보니 유용하더라’는 입소문을 타고 전국 곳곳에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출시하고 두 달여가 채 안 된 지난 24일 가입자 1만9350명을 넘겼다.

박스는 정책자금 맞춤 추천, 비대면 대출 지원, 생산자 네트워크 지원, 기업 부동산 매매 중개, 일자리 매칭 등 12개 분야의 금융·비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 은행과 기업, 기업과 기업을 연결하고 중소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을 지원해준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효율화가 꼽힌다. 예컨대 거래처 모니터링을 통해 거래처를 관리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다. 직원 근무 관리나 급여 지급, 교육뿐 아니라 세무회계까지 처리 가능하다. 판로개척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판로개척 박스’ 메뉴를 통해 해외 바이어와의 미팅을 추진하면 된다. 매출 규모가 늘어 생산시설을 확장해야 할 때도 ‘기업부동산 박스’ 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기업은행과 제휴를 맺은 공인중개사가 직접 상담해준다. ‘정책자금 박스’와 ‘대출 박스’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빠르고 편리하게 신청할 수도 있다. 모두 박스 아이디 하나만 있으면 된다. 박스는 기업은행과 거래하지 않는 기업도 가입할 수 있다.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료는 무료다.

이 서비스는 기업은행이 2017년부터 2년간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2218명과 경영상 어려움 등에 대해 심층 인터뷰한 뒤 내놓은 결과물이다.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새로운 매출처 발굴, 우수인력 확보, 현금흐름 관리 등 비금융 부문 서비스도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회계, 인사, 마케팅, 자금조달 등 검증된 전문 업체와 제휴를 통해 운영 중이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자금을 포함한 영업 효율성 등 중소기업의 경제활동 전반을 돕는 데 집중하겠다”며 “중소기업에 필요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끊임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