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침체 수준은 아니다…한은 연내 금리 25bp 추가 인하 전망"
피치 "美 대중 관세 부과, 韓성장률 0.5%p 하락 요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미국의 대 중국 관세 부과 조치에 정책 대응이 없으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24일 전망했다.

피치의 아시아태평양 국가 신용등급담당 제러미 죽 애널리스트는 2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피치 온 코리아 2019' 세미나 미디어 브리핑에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미중 무역분쟁 심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죽 애널리스트는 "피치 분석 결과 미국이 가장 최근에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는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 대응이 부재하다고 가정할 때 국내총생산(GDP) 기준 한국의 성장률을 0.5%포인트 정도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달 1일 미국은 추과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3천억달러(약 358조원) 어치 중국산 수입품 중 1천120억달러 어치 품목에 대해 15% 관세 부과에 들어갔다.

미국은 이미 2천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물려왔다.

다만 그는 "한국 정부는 이미 내년까지 상당한 수준으로 재정을 촉진할 여러 정책을 발표한 바 있어 무역 긴장 고조로 한국 경제가 느낄 수 있는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피치는 무역분쟁에 따른 부담 등을 반영해 지난 6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제시한 2.5%에서 2.0%로 내렸다.

이어 지난 8월에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이러한 성장률 전망치에 관해 죽 애널리스트는 "과거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침체 수준은 아니다"라며 "한국 경제에 대한 기본 시나리오로 침체를 전망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지난달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실상 마이너스였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이며 디플레이션 신호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올해 평균 인플레이션 수준을 0.6%로 전망하며 이 정도 수준이면 디플레이션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피치 "美 대중 관세 부과, 韓성장률 0.5%p 하락 요인"
또 그는 "한일 양국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상대국을 배제한 조치는 공급망을 교란하고 기업의 불확실성을 초래해 성장에 역풍이 되고 있다"며 "이런 조치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의 정도는 불확실하며 한일 긴장 고조로 투자심리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일 간 긴장 고조가 일본 경제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 그 전체적인 영향이 얼마나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죽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국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는 "한국이 대규모 재정 부양조치를 집행할 수 있는 단기적 재정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공부채 수준이 낮고 재정관리 이력이 양호해 공공부문 리스크가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신용등급 측면에서 더 중요한 사항은 과거 예산 대비 2020년 중기재정 전망의 재정 기조가 상당히 완화한 점"이라며 "이 부분이 단기적인 재정 확대보다 신용등급에 더 의미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25bp(1bp=0.01%) 인하한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25bp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죽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 금리 인하 등 글로벌 금융환경에서 한은이 자본 흐름과 환율에 불필요한 영향을 가하지 않으면서 더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다만 높은 가계 부채 수준은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피치는 지난 8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각각 'AA-'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죽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신용등급에 중대한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서 단기적인 도전 요인을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 및 대외 완충장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견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A-'는 아시아태평양 국가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 중 하나로 한국의 견조한 대외재정, 탄탄한 재정관리능력 등을 반영한다"며 "이런 강점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고령화,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구조적인 도적 요인을 상쇄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국가신용등급 방법론에 따라 한국 등급을 분석하면 'AA'로 나오지만 북한과의 특수 상황을 반영해 최종 등급을 'AA-'로 부여한다"며 "북한과의 관계에 구조적인 긴장 완화가 일어나면 등급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