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에 사우디아라비아 삼성물산 건설 현장을 찾았다.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점검하고, 명절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9일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내외 현장을 돌면서 경영활동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있는 삼성물산 지하철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함께 조감도를 살펴보며 얘기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있는 삼성물산 지하철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함께 조감도를 살펴보며 얘기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해외 건설현장에서 직원 격려

15일 삼성에 따르면 지난 14일 출국한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물산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도심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 2월 설연휴 기간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2기 라인 공사 현장을 둘러본 데 이어 이번 추석에도 해외 현장 경영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가 아닌 관계사의 해외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여러분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중동은 탈(脫)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며 “여러분이 흘리는 땀방울은 지금 이 새로운 기회를 내일의 소중한 결실로 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이 진행 중인 ‘리야드 지하철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광역 대중교통사업이다. 도심 전역에 지하철 6개 노선(총길이 168㎞)을 건설하는 공사로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은 스페인 건설회사 FCC, 프랑스 철도 제조업체 알스톰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2013년 공사를 따냈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6개 노선 중 3개 노선의 시공을 맡았다.

중동에서 미래 먹거리 찾는다

이 부회장은 중동 시장에 특별히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중동 국가가 ‘오일 머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정보기술(IT)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만큼 삼성이 뛰어들 만한 ‘판’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날아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왕의 동생)를 만나 5세대(5G) 이동통신 및 IT 미래사업과 관련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6월 서울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열린 EPC(설계·조달·시공) 계열사 전략 회의에서도 ‘중동 프로젝트’를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중동 국가의 미래산업 분야에서 삼성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협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기회를 현실화하려면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달 한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서울 한남동)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000억달러(약 600조원)를 투입해 IT 기반의 미래도시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대형 건설사와 IT기업을 보유한 삼성그룹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번 출장 기간 이 부회장과 무함마드 왕세자의 회동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