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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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개사가 한숨을 돌렸다. 정유사들의 손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정유업체가 원유를 정제해 남기는 이익) 이달 들어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와 난방유 수요 증가로 하반기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제마진 5달러대 회복

14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정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첫 주 배럴당 5.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주(5.3달러)보다 소폭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정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1달러 하락하면 정유사 영업이익은 분기(3개월)당 2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휘발유·경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지난 2분기(3~6월) 정제마진은 배럴당 3.5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 여파로 GS칼텍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7.2%나 줄어든 1334억원에 불과했다. 주력인 정유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199억원에 머물렀다. 전년보다 95.7%나 급감한 수치다. 에쓰오일은 2분기 90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WTI 상승하며 두바이유 경쟁력 회복

이달 정제마진이 개선된 것은 한국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와 미국 정유사들이 쓰는 미국산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 격차가 좁혀진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경질유 성격이 강하고 정제 과정에서 효율이 높은 WTI는 두바이유보다 가격이 높았다. 하지만 ‘셰열 오일 혁명’이후 미국산 원유 생산랑이 늘면서 WTI 가격이 두바이유보다 낮은 국면이 최근 2~3년간 지속됐다.

WTI 하락 탓에 원가 부담이 낮아진 미국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높여 휘발유와 원유 부산물인 나프타 생산을 늘렸다. 두바이유를 주로 사용하는 한국 등 아시아지역 정유사들은 반대로 경쟁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4분기 배럴당 8달러까지 벌어졌던 두바이유와 WTI 가격 차이는 최근 2달러까지 좁혀졌다. 이달 두바이유는 배럴당 59달러, WTI는 배럴당 57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WTI 가격 상승은 셰일 오일을 운송하는 미국 원유 수출 파이프라인 구축 공사가 끝나가기 때문이다. 생산 즉시 운송이 이뤄지면서 재고가 줄었고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연말로 갈수록 정제마진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앞두고 선박용 연료교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IMO는 내년 1월부터 전 세계 선박용 연료유의 황 함유량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도록 했다. 저유황유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4분기(10~12월)는 난방유 수요가 늘어나는 계절적 성수기로 꼽힌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